공포라기보다 축제이다.
김미라 2024/03/03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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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괴 전시회
- 강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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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4-01-05
: 109
<요괴 전시회>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꽃분홍색의 표지..
눈길이 간다. 시선을 떼지 못하겠다.
유리 언니 시집갈 때 받았던 원피스 색깔.
집에 가서 서둘러 주문을 했다.
어지간해서눈 시집을 안 사는데, 더군다나 동시집인데.
오소소 떨면서 읽었던 공포시리즈 책들.
무서운게 딱이야를 읽으며 뒷덜미가 뻐근했던 기억 등을
기대하면서 읽었다.
공포라기보다는 축제이다.
낯설게만 느껴지던 감정들.
적당히 커서 오줌 정도는 잠자리에서 가릴 줄 알아야 하는데
시원하게 싸 버린 후 아침에 일어맜을 때의 그 상황을 어찌 표현해야만 할까. <숨쉬는 지도>에서 동생의 실수를 '지도 그리기'로 만들어버린다.
손톱이 길면 귀신 손톱같다고 자르라는 말을 한 번쯤 듣거나 했을텐데 <손톱이 자라나면>에서는 "무서운 귀신 놀이도 실컷 할 수" 있단다.
혀를 내밀면 왜 그렇게 화가나는지 알 수 없는데 <혀를 내밀어>를 읽으면 그 이유를 알려준다.
"하루 종일 흉만 보는
다정이 혓바닥은
가시 선인장"
가시 달린 혀는 상대방을 찌르고 자신도 찌르겠지. 고것 참 쌤통이다.
산만한 아이에게 "산만해!"라고 야단치지만
사실 <나는 산만해!>처럼 산처럼, 아니 "산보다 커지는"걸 주체할 수 없을 뿐이다.
"수백 년 동안
너무 오래 잠들었던
나를 살포시 알아 가는 중"인 요괴들!
"남아도는 힘"을 주체할 수 없는 요괴는
"너"를 인지하면서 자신을 파악한다. 이렇게!
"너한테서 밋있는 냄새가 나"
마음 약한 아이들에게 실감나게 읽어주면 울음을 터뜨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개구쟁이 아이들은 "꺄아!"하면서 서로를 간지럽히고
웃음을 한껏 자랑할지도 모르겠다.
두 가지 상황 모두 즐겁게 상상해본다.
아이들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신나는 요괴 잔치에 초대받은 듯해서 읽는 내내 즐겁다.
공포 영화를 보며 바들바들 떨었던
내 유년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서 좋다.
강벼리 시인에게 작은 공간에서나마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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