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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wn5599의 서재
  • 호수의 일 (양장)
  • 이현
  • 12,600원 (10%700)
  • 2022-01-27
  • : 1,323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좀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좋은 애가 되려는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초반에 읽다가 잠시 접어두었다. 아직 서사를 분명히 알지는 못하지만 글의 분위기가 우울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계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작이 겨울이다, 당연히 시리고 우울하다. 하지만 앞부분만 조금 견디고 갔다면 단숨에 읽어내렸을 것이라는 걸 오늘 깨달았다. 350 페이지 정도를 읽는데 2시간 반 정도 걸린 듯 싶다. 나 치고 빠르게 읽었다. 어두운 분위기의 글이었음에도.



아이들이 주고받는 위로가 안타깝다가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가능하면 스포일러 없이 서평을 완성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차마 쉽게 소리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마지막에 진하게 남는다. 눈빛 때문에 서로에 대해 알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끌릴 수밖에 없던 사랑이 페이지와 함께 넘어갔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충분히 슬퍼해두지 않으면 곪게 된다는 걸 '멜랑콜리'와 '애도'에 대해 배우며 학습했다. 주인공도 그래서 견딜 수 없던 게 아닐까, 나에게 전혀 지나지 않은 이 슬픔을, 주변의 모두가 어서 넘겨버리려 하는 모습을.

인물들의 모습은 슬프다. 절박하리만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소설 속이 아니더라도 항상 학대라는 단어와 닿아있다. 내가 착하지 않아서 혹은 잘 해내지 못해서 상황이 안 좋은 것이라는 합리화는 이상하게도 납득이 참 잘 된다. 사실은 학대와 가스라이팅에 의해 생성된 자기세뇌에 가깝다는 걸 깨달아도 쉽게 스스로를 탓한다. 그게 그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에. 태어나 가진 단 몇의 애착대상을 탓하기엔 그들과 보내야 할 시간이 너무 길다. '왜 그랬어?' 쉬이 묻지 못한다. 그랬다가 진짜 내가 잘못된 것임을 확인받을까봐. 그러다가 곪아간다.



<호수의 일>은 어찌 보면 약간 답답한 글일 수도 있다. 분명 뭔가 있다는 인상은 주는데 진상은 말미에야 나온다. 작가님의 전작들을 읽은 독자라면 신뢰를 바탕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겠지만 나처럼 참을성 없는 독자에게는 약간 난감했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가면 추진력이 붙어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려 갈 수 있다. 소설 속 가장 좋았던 구절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



내 마음에 빈 방이 생겼다. 그 때문에 나는 슬플 것이다.

그러나 잊지 않으려 한다. 그 방에 얼마나 따듯한 시간이 있었는지를.

348면



* 출판사 창비에서 서평단 활동으로 제공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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