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무 좋다. 천선란 작가님의 '나인'은 창비에서 연재본으로 미리 어느 정도 읽었던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펼쳤다. 읽는 건 실제로 금방 모두 읽어내렸는데 과몰입에서 벗어나느라 3시간이 더 소요됐다. 그러니까 도합 네 시간 정도 무의식적으로 미간의 근육을 모으며 권도현이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했다. 이게 만일 실사화된다면 권도현 역의 배우를 보며 그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이따금 손이 이마 한가운데를 짚을 것이고 자주 한숨 쉴 것이다. 인물에게서 느낀 인상을 조금 더 늘어놓아보자면, 나인을 보면서는 내내 반짝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이 나인이라 다행이고 그 주변에 존재하던 특별한 인연들이 지모, 현재, 미래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후에 써야 할 포스팅인 '가상 캐스팅'은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느라 앓는 소리를 냈다.
이건 뭐 서평이 아니라 독후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나인>을 읽고 연달아 <1차원이 되고 싶어>라는, 마찬가지로 과몰입을 할 수밖에 없는 소설을 읽어버렸기 때문에 사흘째 미간에서 주름이 사라지질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 진짜 주름이 생겨버리면 보톡스 비용을 작가님들께 청구할 것이다(당연히 거짓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아직 인물 하나하나가 내게 너무나도 생생해서 책 전체에 대해 고찰하거나 흐름, 구조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언젠가 벗어나면 다시 서평을 적든가 해야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소설을 많이들 읽어서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며칠 째 일상생활중에도 불쑥 현재가, 나인이, 지모가 형태를 가지고 튀어나오는 기분을 느낀다. 이런 특별한 감각을 나만 느낄 수야 없지, 그리고 이왕 나에게 생길 거라면 모두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도록 하고 싶은 미운 마음도 약간 있다. 하하- 아무튼 덕분에 즐겁고 특별한 주말을 느낄 수 있었다.
천선란 작가님의 소설은 이제 세 권째 읽어본 것 같은데 세 권 모두 정말 좋았다. 이제 나는 엄연한 작가님의 팬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적고 싶은 소재를 작가님의 표현으로 펼쳐주시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