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사 작가님의 <내 글도 책이 될까요?>는 글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실용서이다. 매뉴얼 같은 느낌의 책. 솔직하고 가감없는 내용으로 가득해서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특히 와닿았던 부분은 295면의 '불과 몇 달 전에 쓴 글을 읽어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대목이었다. 나는 글을 정말 쓰고 싶지만, 내가 쓴 글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 인용한 부분과 같은 이유이다. 글을 쓰고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잠시인데, 몇달 뒤에 다시 들춰보면 그시절 싸이월드를 들춰낸 기분이 든다. '흑역사'처럼 느껴져서 그런 기록을 일체 남기고 싶지 않다. 글을 쓰고 싶다면서 기록을 남기기 싫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사실 서평단을 신청한 이유도(아,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제공받은 책입니다) 서평을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어야 뭐라도 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쓴 적은 양의 서평들도 같은 이유에서 작성했다. 나에게 의무감 혹은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해 서평단이라는 이벤트를 이용한 셈인데, 의도야 어떻든 결과가 나쁘지는 않다. 그리고 그 점을 책에서 집어주었다. 써놓은 글을 읽으면 얼굴이 화끈거릴 수야 있겠지만, 그 기록만큼 글쓰기 역시 점차 좋아지기 마련이니 우선 써 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아무것도 써놓지 않고 어떻게 할지 머리만 굴리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을까.
그러나 이 책은 앞서 언급했듯 매뉴얼이다. 어떤 자세로, 어떤 동기를 가지고 책을 쓰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친절하게 설명하지만 이 책을 읽고 결국 글을 쓰는 건 독자의 몫이다. 그러니까, 건설로 치자면 어떤 자세로 작업을 해야 허리에 통증이 덜 올 수 있는지 경험자로서 친절하게 알려주기야 하지만 설계도면은 스스로 짜야 한다는 얘기이다. 당연하게도.
마지막 7장 중간 부분즈음에 적힌 출간계약서 이야기의 여운이 길다. 꿈꾸듯 글을 쓰는 나를 상상하다가 엄혹한 현실로 훅 끌려온 기분, 물론 내 원고가 채택돼야 겪을 수 있을 현실이므로 그것 역시 꿈이지만 말이다. 구성도 설명도 좋았다. 이렇게 좋은 점만 나열하면 오히려 인상에 덜 박힐텐데, 하는 걱정이 생기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밤 9시까지 운동하고 피곤한 상태로 펼쳤는데도 한 호흡에 읽어내버릴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다만, 글쓰기 책을 읽어놓고 이렇게 짧고 별 내용 없는 글을 쓰자니 자괴감이 살살 밀려온다. 내 인생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