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언니와 이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돈 많은 부인들, 같이 모여서 정보 공유하고 땅 사뒀다가 자식들한테 값 오른 땅 물려주는 거 보면 참 부럽다."
'복부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보통 복부인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어감은 이기적이고 부정한 여성, 이라는 이미지였는데 이렇게 들으니 또 왠지 선망의 대상 같기도 했다. 그러던 중 '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최시현, 창비)'라는 책을 읽을 서평단을 모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접했고 그대로 신청했는데 붙었다.
책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정 내 여성상 즉, 이상적인 집사람의 모습이 어떻게 제시되어왔는지 소개한다. 사회에 의해 호명된 여성들은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자본의 성장을 임금이 뒤따라가지 못하자, 즉 가부장이 홀로 가정을 부양할 수 없게 되자 여성은 임금노동자가 되어 소위 '맞벌이'라 불리는 경제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여성의 경제활동은 '가정을 위해 다른 과업이 생긴다면 그만 둘 수 있는 일'이지 어떤 사람의 독자적 인생 혹은 자아실현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녀를 가진 여성들은 가정 내에서는 맞벌이를 통해 미래의 기둥을 세우는 데에 일조해야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흘김을 받는다.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말이 유독 여성에게 향하는, 그리고 여성도 밥벌이를 해야 기능 있는 가족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현실은 다소 충돌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가정영역과 사회영역에서 여성이 받는 이중잣대는 이런 것이다. 이 충돌이 근로하는 여성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새로웠던 부분이다.
온전히 집에서 머물면서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여성에게도 이 이중잣대는 유효하다. 이번에는 '근로' 때문에 가정에 소홀하다는 이유와는 전혀 관계없다. 다만 '부동산' 문제이다.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여성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부동산 시장에서 여성들이 이룰 수 있던 것은 무엇이고, 그 여성들은 어떤 관점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며 또 다른 관점에서는 부정한 여성이 되는가.
이 책은 앞 문단에 적어놓은 질문에 대한 최시현 교수의 대답이다. 여러 여성들의 주거생애사를 인터뷰하여 그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분석 내용을 전개해간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house가 home이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실물로써의 부동산이 아닌 집을 집 답게 만드는 노동을 전담하는 여성의 역할에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심채경 작가님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다시 한번 읽어볼 작정이다. 읽으면서 중간중간 떠오르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읽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 무거운 얘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책이고,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에 대해 다룬 책이다.
* 본 도서는 창비 서평단 활동으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