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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wn5599의 서재
  • 버터
  • 유즈키 아사코
  • 16,020원 (10%890)
  • 2021-08-25
  • : 2,450

  이 책은 북클럽문학동네의 가제본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먼저 읽어보게 된 책이다. 주인공이 여성 기자라는 점,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기에 적합한 직업이면서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에 갇히거나 편견에 부딪히기 십상인 직업이라는 점이 좋았다. 덕분에 여러가지 소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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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언젠가', 시간을 듬뿍 들여서 칠면조구이를 할 거예요. 나의 즐거움을 위해."

  리카는 이제 공격을 그만 하기로 했다.

  "난, 당신이 특별히 가엾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친구가 없는 건 조금도 이상한 게 아니에요. 생각해봤어요. 내가 만약 칠면조를 굽는다면 열 명이나 사람을 모을 수 있을까 하고. 교제 폭이 좁고, 무엇보다 지금 내가 사는 맨션에는 그렇게 큰 오븐이 없고, 열 명씩 들어갈 만큼 넓지도 않아요. 의자도 그릇도 부족해요. 봐요, 나도 못하잖아요. 간단히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예요. 그러나 내가 넓은 집을 얻게 된다면, 사람을 모을 수 있다면, 해볼지도 모르겠어요. 그때, 만약 당신의 혐의가 벗겨져 석방된다면."

  잠시 머뭇거렸지만, 리카는 과감하게 말하기로 했다. 야마무라씨가 소개해준 그 공원 앞의 집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의 칠면조구이를 먹으러 와주세요. 꼭." (513-5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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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분명……. 몇 킬로그램을 빼도 합격점은 아마 나오지 않으리란 것을 리카는 이제 알고 있다. 아무리 아름다워져도, 회사에서 지위를 손에 넣어도, 가령 앞으로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더라도 이 사회는 여성에게 그리 쉽게 합격점을 주지 않는다. 지금 이러는 동안에도 기준은 계속 올라가고 평가는 점점 엄격해진다. 이런 무의미한 심판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아무리 두렵고 불안해도, 누가 비웃지 않는지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게 되더라도,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55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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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코의 노래 '사람' 가사 중에 "We always say 나중에, 그 나중에를 위해 건너뛴 생일을 빼면 여태 난 십대"라는 가사가 있다. 리카와 가지이의 가장 큰 차이는 '언젠가'에 대한 태도이지 않았을까. 리카는 '나중에', '언젠가'의 인정을 위해 자신의 호오에 대해 파악하려 들지 않고 계속 관리하고 또 관리하는 삶을 살았다. 가지이는 '언젠가'를 믿지 않았기에, 불가능해보이는 눈앞의 사건에 좌절하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미리 벽을 치는 삶을 살았다.

  가지이와 리카가 교류하게 되면서 서로를 바꾸게 된 것도 바로 이 지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리카는 '언젠가'에 집착해 본인을 옥죄던 습관과 문제 해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그저 자신의 주변사람의 피난처를 마련하기로 다짐한다. 가지이의 시점은 나와있지 않아 모르겠으나 리카가 선물한 '언젠가'라는 단어가 가지이의 마음을 어느정도간 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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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그래도 체중이 늘어났을 때 주위의 동요는 참으로 이상했다. 리카가 민폐를 끼친 것도 아닌데, 모두 비난하는 것 같고 어딘가 무서워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자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반응을 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조심해야지, 하고 새삼 다짐한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됐다. 레이코의 말대로 시행착오를 겪고, 다양한 맛을 알아야 그 사람의 기준을 확립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15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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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대목이다. 오늘 이 서평을 쓰기 위해 온 카페에서도 '살쪘죠, 분명 처음에 봤을 때는 몸이 이렇게 퉁퉁하지는 않았던 것 같애' 웃으면서 말씀하시는 카페 사장님의 말에 심장이 살짝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 카페를 같이 온 친구에게 주변 사람들이 살에 대해 언급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고백한지 이틀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런 식으로 확인시켜 줄 마음은 없었는데, 아무튼 이 대목을 읽고 나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한번쯤 실패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살이 붙는 게 대단한 실패인가요, 물어볼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여성에게는 살이 붙는 건 실패가 맞는 것 같다. 코로나 이후, 허리 건강이 크게 악화되어 15키로 남짓 살이 붙은 내가, 지난 1년간 겪어 본 결과 그렇다. 아무래도, 아무렇지 않지 않다. 다들 한번쯤 가벼운 실패를 겪고 스스로를 얼마간 되돌아볼 수 있기를, 저주처럼 들리는 소원을 잠시 빌어본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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