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연못에 벌거벗은 몸을 담그고 있는 선녀들의 모습이 나무꾼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목욕‘은 선녀들을 벌거벗기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선녀들이 ‘하늘‘을,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알몸을 담그고 있는 그곳은 ‘야생동물보호구역‘과도 같은 곳이다. 나무꾼에게, 물속에 알몸을 담그고 있는 선녀들은 이미 오래전에 경험했던,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엄마 품에 안겨 있던 아련한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나무꾼에게 선녀들은 어린 시절의 근원적인 모성, 상상속의 어머니, ‘그때‘를, ‘잃어버린 낙원‘을 대신해줄 ‘대상 (a)‘이다.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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