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네모바지
  • 카프카에서 카프카로
  • 모리스 블랑쇼
  • 18,000원 (10%1,000)
  • 2013-04-05
  • : 1,341

K.의 죽음은 초조함이 그로 하여금 기력을 다하게 하는 그러한 여정의 필연적 종말과도 같다. 이러한 의미에서 카프카가 가슴으로 괴로워하는 피로는 - 피로,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의 냉각 -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 중의 하나이다. 보다 정확히 말해서 진정한 휴식의 모든 가능 조건으로부터 멀어진 채 성의 주인공이 떠돌 수밖에 없는 장소에서 살아가는 그러한 공간의 한 차원이다. 배역에 너무도 자신 있는 연기자가 극중에서 기력을 다해 스펙터클하게 표현하려 했던 이 피로는 실패로의 치명적 미끄러짐을 의미하지 않는 피로는 그 자체가 수수께끼와도 같다. 여기서 저기로 조심성도 참을성도 없이 오가며 필요하지 않을 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일에 힘을 다하고 성공을 위해 필요할 때에는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은 K.는 분명 피로하다. 모든 것을 거절하는 불만족의 결과로서의 이 피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마비 상태의 원인으로서의 이 피로는 따라서 떠도는 자기 자신을 내맡긴 가혹한 무한의 또 다른 형태이다.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휴식으로도 이르지 못하는, 그러한 헛된 피로, 왜냐하면 K.처럼 기력이 완전히 다하였으면서 계속해서 움직이는 자에게는 종말을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운마저 남아 있지 않다. 174-175- P174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