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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님의 서재
이미 갖고 있는 책을 다시 한 권 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겠습니다만, 10년 전에 산 삼중당 문고(같은 역자의 번역)가 이젠 거의 다 헤진 지경에, 새로운 장정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선뜻 다시 구입했습니다. 흔히 톨스토이 하면 '전쟁과 평화' '안나카레리나' '부활' 등을 떠올리지만, 톨스토이 자신이 가장 사랑한 작품은 만년에 저술한 이 민화집입니다. 톨스토이 사상의 변화는 그의 '참회록'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만 가슴 뜨거운 참회와 더불어 그의 문학도 커다란 변화를 겪습니다.

그는 작가로서의 자신의 명예와 부를 혐오하고, 자신의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어했지만 부인과의 갈등 때문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결국 82세 되던 해인 1910년 10월 28일 새벽, 아무도 모르게 야스나야 뽈라냐에 있는 자신의 저택을 떠난 후 11월 7일 야스쨔뽀보라는 시골 역에서 역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이한 톨스토이의 죽음은, 그 자체로 그의 어떤 문학보다도 더한 감동과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톨스토이가 자신의 스승으로 삼았던 이는 쉬따예프라는 농부였습니다. '현재 나의 생활은 참다운 생활이 아니라 그 시늉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있는 부유한 생활은 오히려 인생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을 저해한다. 그러므로 참다운 인생을 알기 위해서는 기생충 같은 내 생활에 한정되지 않고 소박하고 근로하는 사람들 - 인생을 창조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알지 않으면 안된다'(참회록 중).

이런 생각 중에 상징처럼 나타난 사람이 농부 쉬따예프였던 것입니다. 쉬따예프는 묵묵히 일하고 단순한 생활을 하였으며 무엇보다도 그의 말과 행동이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톨스토이는 이 농부야말로 자신이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스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쉬따예프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농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러시아의 민화들을 여기저기에서 채록한 여기저기에서 채록한 이 민화집은, 톨스토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가했던 것이 귀족들과 지식인등 상류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서민들을 대상으로하는 문학이었음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톨스토이 민화집은 톨스토이의 문학의 부록과 같은 부분이 아니라, 그의 문학의 완성이요 집대성인 것입니다. 이 위대한 작품에 대해 여기 저기서 발췌본들이 예쁜 그림과 함께 나오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 가장 좋은 번역본은 박형규 교수님의 번역입니다. 독자서평을 쓰신 '한기'님은 번역에 대해 혹평을 하셨는데, 저는 러시아 문학작품은 가능한 한 박형규 교수님의 것을 골라 읽습니다. 도스또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학원사 간), 톨스토이의 '참회록'(동서문화사 폐간, 범우사 간), 전쟁과 평화(범우사 간) 등 박형규 교수님이 번역하신 책은 다른 번역본들을 능가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원작에 대한 충실한 번역 때문에 다소 딱딱해 보이는 문체 때문에 그러셨는지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 이것은 대단히 정확하고 학구적인 번역입니다.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고,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일생의 지침이 될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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