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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천우는 자신의 인스타에 천우신조호의 사진과 함께 "우리 요트 탈래?" 라는 글을 올린다. 장난처럼 올렸던 글에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짊어진 이어져 있는 듯 이어져 있지 않은 6명의 아이들이 모인다. 그중에는 천우의 동생 신조도 있다. 남겨진 사람들은 이들의 실종에 우왕좌왕한다. 남겨진 이들 중 한 명, 고은이 아이들이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시작은 마치 요트 여행에서 작은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를 해결하며 서로 도와주고 어떠한 삶의 교훈을 얻어 6명 모두 무사히 구조되어 돌아오는 줄거리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던 천우신조호는 바다 한복판에서 멈추고 그에 더해 안개 속에 갇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바다를 표류하게 된다.
그 요트 안에서 아이들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삶의 파도와 마주한다. 붐에 맞아 피를 흘리고, 인터넷이 터지지 않고, 요트는 점점 더 부서져만 간다. 이러한 예기치 못한 일들의 연속에 아이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무모한 도전의 대가를 치르며 서로의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의 무게를 떠안게 된다 '책임지겠다.' 다섯 글자의 무게는 정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도전 끝에 따르는 대가,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책임' 그 의미를 정말 생생하게 느꼈다.
이러한 고난 속에서 도착한 섬, 그곳에서 아이들은 또 다른, 섬의 도착자의 백골을 마주하고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떨어져 가는 식량에 공포는 더해진다. <라이프 재킷>에서는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사람은 정말 황당하게 죽을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마주칠 수도 있으며 지금 살아있음은 정말로 감사한 것이다. 매일 건강하게 가족들 친구들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읽었을 때 '라이프 재킷' 즉 구명조끼가 무엇을 의미할지 정말 궁금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생각으로는 라이프 재킷이 삶의 파도에 삼켜지지 않을 힘과 용기, 그리고 삼켜지지 않기 위해 어떤 방식을 택할지를 의미하는 것 같다. 삶의 파도에 삼켜지지 않을 용기 앞으로 나에게 어떤 삶의 파도가 올지 모른다. 나는 그 순간에 그 파도를 넘을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삶의 파도에 삼켜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앞으로 내게 올 삶의 파도가 어떤 것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 삶의 파도를 이겨내고 싶다.
<라이프 재킷>을 통해 이현 작가님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그럼에도 파도에 삼켜지지 않는 일이었다. 자신을 잃지 않는 일이었다' 라는 문장에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자신을 잃지 않는 일, 아마 삶의 파도 앞에서 가장 해내기 힘든 일일 것이다.
묵직하고 따뜻한 교훈이 담긴 책을 지금 삶의 파도에 맞서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정말이지 작가의 의도를 따르지 않는 이야기였다.- 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