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속담에 이런 것이 있다. ‘말을 타고 정신없이 달리다가도 한 번씩 말에서 내려 뒤를 돌아보고 네 영혼이 뒤따라오는지 기다려라.’ 너무 급하게 허둥대다보면 정작 중요한 나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말이다. 급하게 돌아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것은 분명 빨리 달리는 말을 타고 가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바쁘게 살아가다 가장 중요한 것인 자신의 의미마저 잃어버린 채로 떠도는 것은 아닐까? 수짱은 말한다.
나는 지금의 내가 변했으면 한다. 어떤 식으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p.8)
이 독백은 ‘조금 더 좋은 사람’, 즉 지금보다 의미있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내면의 진지한 고민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스스로의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독백은 계속된다.
지금보다 좋은 내가 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p.8)
이 책은 저자가 독자와 함께 수짱과 그녀의 친구인 마이코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30대 사회인인 수짱과 마이코는 우리 모두의 페르소나(persona)다. 그리고 그들이 답을 찾는 것도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일상 속에서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목소리는 우리 내면에서 울린다.
지금보다 더 좋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결국 더 좋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또 묻는다. ‘좋은 삶의 방식이란 어떤 삶의 방식일까?’(p.40) 그것이 벼락부자가 되거나 인기스타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카다 매니저를 짝사랑하지만 고백하지 못하는 수짱이나 유부남과 관계를 맺고 있는 마이코의 삶은 분명 불만족스러운 것이다. 쉽게 토라지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달래며 그들이 그만두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수짱이나, 직장상사의 배려를 받아들이지만 개운하지 못함을 느끼는 마이코는 이 불만족함에 자신들 스스로의 내면에도 원인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적인 태도와 자세를 바꿈으로써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반짝반짝 빛나는 듯한 사람으로 변하고 싶은 게 아니라...조금 좋은 사람으로 변하는 것만으로도 좋다.(p.64-65)'고 수짱은 생각하며, 이런 변화가 행복으로 연결될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다 현재 모습에서 좋은 점을 발견하며 ‘지금의 내가 좋다’(p.69)고 말한다. 불륜남과 헤어지기로 결심한 마이코는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는다. 이러한 우리 주인공들의 모습은 스스로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며,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 자체가 확실히 큰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삶을 살고자 하는 바램의 시작에 이미 그 해결의 열쇠가 놓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미인으로 사는 것이 더 나은 것이라고 현실의 논리에 순응하려 하는 수짱(p.91)과 마이코(p.21)를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수짱은 현실에서 기인한 상처를 받아들이고(p.96), 마이코는 스스로를 반성한다.(p.22) 이러한 태도에 근본에 있는 것이 바로 스스로의 자존감인 것이다. 자존감이 있기에 열심히 살아가며 노력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긍지를 가질 수 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진짜 자신을 자신이 찾아 헤매면 어쩌자는 거냐고(p.105)
이 독백은 자신의 고유한 가치와 의미를 인정하는 선언과도 같다. 그렇기에 마침내 '다른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건, 기분 좋아......‘나’라서 좋아'(p.126)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자각이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빨리 달리는 말과 같은 일상 속에서 기수인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줄 것이라고는 할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가려고 노력한다면 우린 단단히 말에 몸과 영혼을 싣고 목적지까지 힘차게 나아갈 수 있으리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에겐 수짱과 그녀의 친구 마이코가 있으니 그 길이 외롭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