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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 Magis
  • 로마의 일인자 1
  • 콜린 매컬로
  • 14,850원 (10%820)
  • 2015-07-20
  • : 552

[리뷰] 로마의 일인자 : 일인자의 의미와 시대정신

 

 

 

 

 

  로마는 멸망하지 않았다. 로마는 현재까지 형태를 바꾸어 살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에서 정치체인 로마를 말한다면 비잔틴 제국이 오스만제국의 콘스탄티노폴리스 점령으로 멸망하는 1453년까지 로마가 존속했다고 할 수도 있겠고, 더 길게 본다면 신성로마제국의 프란츠2세가 퇴위하는 1806년까지 로마의 명맥이 살아있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형식적 명칭으로서의 ‘로마’에 집착하지 않고, 로마를 진정 유일무이한 ‘로마’로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세계제국으로서의 고대 로마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로마가 서양의 세계제국으로서 고대국가의 완성된 형태를 보여주었고, 이때 만들어진 수많은 법과 제도, 문화적 산물이 현재 세상의 기본적 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서구문화를 받아들여 근대화를 이룬 동양의 국가들에게도 변함없이 타당한 말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까지 로마를 주제로 한 수많은 논문과 전문서적, 대중교양서적이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도 로마가 여전히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로마는 멸망하지 않고 수많은 요소들을 지금까지 세계에 전하며 존속하고 있다고 해도 터무니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간단한 줄거리

 

 

 소설 1권은 기원전 110년부터 기원전 108년에 이르기까지의 정무관직을 맡은 주요 정치인들을 언급하고, 정치적인 사건들을 소개한다. 당시 로마는 게르만 족과의 전쟁으로 수많은 병사가 필요하자 퇴역군인에 대한 법까지 개정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다. 한편 누미디아 왕 유구르타는 왕위계승 문제로 친척들을 살해하는 과정에 로마인과 이탈리아인들까지 죽게 해서 로마와 대립하게 되었고, 결국 로마와 전쟁을 벌이게 된다.

 

  한편 마리우스는 카이사르와의 약속으로 카이사르의 딸 율리아와 결혼하고 집정관 자리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단, 마리우스는 카이사르의 두 아들의 장래를 위해 금전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하는 의무도 생겼다. 젊은 청년 술라는 함께 살던 두 여성을 죽이고 부자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마침내 원로원 의원이 된다. 술라를 좋아하는 (율리아의 동생) 율릴라는 단식투쟁을 벌이다 마침내 술라와 결혼에 성공한다. 마리우스는 아프리카에서 메텔루스와 갈등을 겪다가 로마에 돌아와 집정관으로 당선된다.

 

 

 

왜 공화정 후기의 로마인가

 

 

 우리가 지금 만나는 <로마의 일인자> 제1권은 로마공화정 시기인 기원전 110년부터 기원전 108년까지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로마의 일인자>는 콜린 매컬로의 7부작 <마스터 오브 로마>의 첫번째 작품이며, 이 <로마의 일인자>도 한국어판으로 3권의 분량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 7부작 소설이 갖는 스케일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이 방대한 소설이 다루고 있는 시기가 로마 공화정 후기로부터 공화정 체제가 무너지고 제정이 성립하는 시기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학계의 로마사 연구에 있어서도 이 시기에 관한 연구가 가장 많고,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소설 등에서도 이 시기가 집중적으로 다루어진다. 이런 사실에는 이 시기가 역사상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반영되어 있다.

 로마는 신화시대 이후 초기의 왕정 체제가 전복되고 공화정 체제가 성립한다. 그러다 한니발의 침략으로 로마는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가 다시 극복하고, 공화정 체제의 절정기에 이르는데, 바로 이 지점 이후가 <로마의 일인자>가 시작하는 지점으로서, 바로 공화정 체제가 내재적 모순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때다.

 소설의 첫 부분은 기원전 110년의 로마인데, 이때 마리우스는 47세(기원전 157년 생)이고, 술라는 28세(기원전 138년 생)의 청년이었다. 마리우스는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가문이 보잘 것 없어서 집정관에 당선될 꿈도 꾸지 못하는 신세이고, 술라는 잘 생기고 건장한 청년이지만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불안정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당시 로마의 공화정 체제는 (마리우스의 경우처럼) 돈이 많아도 명문가문 출신이 아니면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고, (술라의 경우처럼) 명문가의 사람이라도 돈이 있어야 공직을 노려볼 수 있는 사회구조였던 것이다. 또, 국제적으로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게르만 족이 로마를 위협하고 있었고, 아프리카 북부의 누미디아에서는 왕위계승을 둘러싸고 치열한 투쟁이 전개되고 있었다. 이들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로마에서는 자영농이 몰락하고 소수의 대토지 소유자들에게 부가 집중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노정되어가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 과제가 당시 지배층에게 주어져 있었고, 역사는 이런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이를 필요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회적 요구가 어떻게 충족되고, 역사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7부작 <마스터 오브 로마>의 세계이다.

 이 시기는 근본적인 사회체제의 변경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겪게 되는 시기였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대국가 로마의 시대정신이 실현될 기회가 부여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정신은 수많은 역사적 주체, 특히 '일인자'들을 필요로 했다. 그렇기에 제1부에 해당하는 <로마의 일인자>에서 '일인자'들의 역할이 당연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잘 알듯이 바로 당시 사회적 문제는 공화정 체제에서 제정으로의 시스템 변화를 야기했다.

 

 

로마의 일인자

 

 

그리고, 이 변혁의 시기를 이끌어가는 이를 바로 진정한 ‘로마의 일인자’라고 부를 수 있다. 매컬로는 소설에서 ‘일인자’의 의미를 직접 말하고 있다.

......가장 뛰어난 자가 로마의 일인자는 아니었다. 지위와 기회가 동등한 자들 사이에서 제일가는 자가 로마의 일인자였다. 로마의 일인자가 된다는 것은 왕이나 전제군주, 폭군 따위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일이었다. 로마의 일인자는 본인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걸출한 자임을 증명해보임으로써 그 칭호를 유지했다. 또한 그 자리를 뺏으러 혈안이 된 자들, 자신이 지금의 일인자보다 더 걸출하다는 것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합법적으로 그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자들이 세상에 가득하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했다. (p.34)

  마리우스와 술라는 각각 율리우스 가문의 자매와 결혼함으로써(그리고 한편으로 술라는 같이 지내던 여성을 살해하고 재산을 상속받으며) 이 ‘지위와 기회’를 얻게 된다. 즉, 마리우스는 1권 후반부에서 집정관이 되고, 술라는 마리우스의 재무관이 되는 것이다. 둘 다 불가능할 것만 같던 일이지만, 두 사람은 이제 ‘로마의 일인자’로 향한 길을 어느새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일인자’라는 것은 단순히 권력을 가장 많이 소유한 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능력으로 세상과 역사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하고, 권모술수에 능란한 것 이상의 지혜가 있어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일인자’라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을 드러내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일인자’는 단순한 개인이 아니다. 오히려 ‘일인자’는 로마 공화정 후기에 이르러 집약된 로마의 정수 중의 정수로서, 그 시기의 모든 시대적 요청의 짐을 지고 있는 역사적 실존으로서의 존재이다. 걸어다니는 역사적 정신. 이것을 드러내고 로마라는 것을 통해 다시 현대의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콜린 매컬로의 위대한 업적이었고, 웅대한 구상이 흘러가는 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맥에서 또다시 로마는 곧 현대 우리들의 역사이다.

  이 소설은 문학작품으로서도 탁월하고,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엄격한 고증으로 역사적 가치도 뛰어나다. 하지만 이런 재미와 동시에 긴 서사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현재를 돌아보고 그 역사적 흐름을 읽을 수 있기를, 우리의 역사적 상황과 과제를 읽고 대처할 수 있기를 콜린 매컬로가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시대의 역사적 실존으로서 책임감을 지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모든 이들은 ‘일인자’의 자격이 있다. 매컬로 가도(via McCulloughia)를 따라 의미심장한 진실을 향해 전진해보자. 열심히 읽으며 나아가자. 우리의 레기온은 <로마의 일인자>가 이끌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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