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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 Magis
  • 일중독자의 여행
  • 니콜라스 스파크스
  • 14,220원 (10%790)
  • 2018-12-10
  • : 234

일 중독자의 여행 리뷰

 

 

떠나기, 형과 함께

 

바쁜 일상 속에서 정신없이 살다가 갑자기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지 않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불가능이 현실이 된다면, 삶은 무척이나 큰 영향을 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여행의 영향은 계속해서 삶 속을 타고 흐른다. 이 책은 계속해서 소설을 쓰며 다섯 아이들과 시끌벅적한 일상을 보내던 작가가 여행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는 이야기이다.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노트북>의 저자인 니컬러스 스파크스는 일중독자라 할 인물이다. 우연한 기회에 여행을 떠날 결심을 하고, 이 여행에 그의 친형과 함께하리라 마음먹는다. 여행은 특별한 의미가 되어 그의 인생에 남았다.

책의 본문은 저자의 가족들의 이력으로 시작한다. 이는 여행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지금까지 자신들과 가족이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는 의미를 가지며, 동시에 형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의 원제를 보면, ‘Three weeks with my brother(내 형과 보낸 삼주간)’이다. 이로보아 작가는 ‘여행’보다도 ‘형’을 책의 중심에 놓고 있는 것 같다. 번역본에도 부제는 ‘형과 함께한 특별한 길’이라고 되어 있다. 스파크스의 형 미카는 과연 그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형은 어렸을 적부터 동생 니컬러스와는 좀 달랐다. 미카는 세 살 반 때 아버지에게 잔디를 기계로 깎게 해달라고 졸랐다가 거절당하자 동생들을 데리고 가출해서 집 밖으로 3킬로미터 정도 나가기까지 한다.(p.26~27)

스파크스는 형을 어려서부터 항상 잘 따랐다. 어린 시절 까마귀에 공격당하자 형이 구해주는데, 이를 두고 스파크스는 ‘형 미카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나도 형처럼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p.40)고 말한다. 그는 형을 사랑하는 동시에 부러워했다. ‘형은 뭐든 다 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어떤 일을 하든 나보다 나았다’(p.47). 형은 항상 그를 감싸고 위로해주는 강한 존재였다.

이러한 태도는 이후에도 이어진 것 같다. 저자는 육상선수 출신으로 아킬레스건을 다쳐 선수생활을 그만 둔 좌절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그러나 형 미카는 어른이 되어서도 동생이 부러워할 정도로 낙천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형은 동생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일도 중요하고 가족도 중요하지만 신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야. 앞으로 일어날 일을 즐길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모두 헛일이라고.”(p.46)

 

저자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형이라고 생각한다.(p.59) 이것이 아마도 형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 숨은, 그리고 결정적인 동기인 것 같다. 그리고 형은 동생에게 진단과 처방을 내려준다.

“넌 네가 삶을 지배하지 않고 삶이 너를 짓누르게 했어. 그게 핵심이야”(p.77)

“그게 너를 지배하게 하지는 말고……여행이 끝날 때쯤엔 되돌아보면서 오길 잘했다고 생각할 테니”(p.77~78)

이렇게 해서 일중독자는 여행을 떠난다. 그는 일중독자가 된 것에 대해 ‘바쁜 상황을 즐기는 탓에 항상 바빴다……뭐든 해낼 자신이 있었다. 당연히 일은 점점 많아졌고, 나날이 번창했다’(p.59)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 자의든 타의에 의해서든 일에서 벗어나게 되는 시간이 온 것이다.

 

 

여행, 픽션과 논픽션

 

이 책에 묘사된 전 세계의 명소들을 방문하는 여행의 내용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형과 얽힌 과거의 사연들이 더 비중있게 여겨지며, 여행지에서도 형과 저자의 대화가 더 부각되고 있다. 그와 그의 형이 여행지에서 한 행동은 유쾌한 미국 젊은이들의 그것이다. 마야 유적지에서는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도 서슴지 않고 하며, 페루에서 슈퍼볼 경기를 생방송으로 보며 당연히 영어로 중계하지 않는 것을 불평한다. 쿠스코 박물관에서도 그다지 진지하지 않은 행동들이 유쾌한 필치로 묘사된다. 이런 활기 넘치는 청년들의 에피소드에 여행지의 역사에 대한 설명과 경치에 대한 감상 등이 부가된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독자에게 재미있게 느껴질 수도 있고,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나는 저자가 이런 내용을 솔직히 일어난 그대로 썼다는 것을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논픽션에서 우선 중요한 점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사실의 측면에서 의도적으로 독자를 기만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픽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논픽션과 픽션은 완전히 다른 장르이며, 그것을 평가하거나 해석하는데에도 완전히 다른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논픽션, 특히 이 책과 같이 저자 자신과 형의 생애와 여행 그 자체를 다룬 책의 경우에는 저자의 면면이 그대로 드러나게 될 수밖에 없는데, -그 면면 자체가 훌륭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모두가 인간의 한 진실인 것이다. 그렇기에 논픽션의 윤리를 지키는 것은 인간의 진실과 맞닿아 있다.

 

 

형과 함께 살아오기, 다시 돌아오기

 

저자인 니컬러스 스파크스와 그의 형이 어렸을 적부터 살아온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고 유쾌한 색채로 쓰여있으며, 많은 비슷한 또래들의 향수를 자극할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밝은 분위기로만 기술되고 있어서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들의 부모도 별거한 시기가 있었고, 저자나 형이 무척 심하게 다쳐도 이상하리만큼 부모님이 무관심하게 대처한 사실 등은 충분히 슬퍼해도 될 것 같은데, 이 또한 일관되게 유쾌함을 더하는 에피소드로 만들어져 있다.

아마도 저자의 인생관이나 어렸을 때부터 받아온 교육 등이 영향을 미쳐서 저자의 글쓰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즐거움과 슬픔을 고루 성찰하는 글로 이 책을 썼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3주간의 세계여행은 저자와 형과 가족 간의 사랑과 우애를 다시 확인하고 갱신하는 과정이었다. 그들은 부모님의 사망과 동생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애도하고 슬퍼하지만 서로가 있기에 살아갈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형 또한 종교문제 등에 관해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동생인 저자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형제가 서로 도움이 되는 여행이었음이 분명하다.

 

결론

 

니컬러스 스파크스의 첫 논픽션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그의 소설을 좋아했던 독자들에게 큰 선물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새해에 이 책을 읽고 밝고 희망찬 분위기에서 한 해를 시작하는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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