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순히 굴복하진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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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해서 자신도 꿈도 버리고 살다 나이 들어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자식은 아버지가, 아내는 남편이 가족을 위해 평생 희생하는 것을 왜 당연하게 여기는 걸까요?
여기..
일흔 살 할아버지, 심덕출이 있습니다.
인생의 막바지에 남몰래 꿈꿔왔던 발레에 도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발레를 시작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들의 반대로 인해 모든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발레라는 꿈을 포기할 수 없기에 쉽게 물러서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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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찾아간 발레단에서 심덕출 할아버지는 부상을 당하고 꿈에서 방황하는 채록을 만납니다.
심덕출 할아버지만큼 채록이라는 인물에 작가는 많은 애정을 표합니다.
뭐 하나하나 어중간하게 한 것 같고...
뭘 하나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하고 나중에 가서는 내가 진짜 잘할 수 있을까...
또 어중간한 위치에서 또 어중간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채록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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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라는 핑계에 도망만 다녀 본 사람이 어떻게 꿈을 논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꿈에 더 다가갈 용기도 노력도 없는 사람만이 현실을 이야기 하죠.
많은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이라는건 그 길을 아는 사람도 많이 없겠지만..
중요한 건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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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은 새로운 것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늙음이 시작되면 그 모든 것에서 천천히 멀어진다.
늙음은… 버거운 것 앞에서 쉽게 굴복하게 된다.
아니, 굴복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그래도, 늙었다고 해서 쉽사리 받아들이고 싶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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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를 다 읽고나면
누군가의 꿈과 간절함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 힘들어할때 위로한답시고 '힘내' 혹은 '화이팅' 이라고 말 했었는데
막상 내가 그런 상황에 있다면 그런 말들은 위로가 된다기보단 왠지 씁쓸해지고 쓸쓸해지더군요. 그냥 나와 아무일없는듯 그냥 평소처럼 즐거운 대화하면서 소소하게 미소지을 수 있는 그 시간이 더 위안이 되는거 같습니다.
채록이 모습이 지금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모든 청춘의 모습 같아 슬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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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할아버지 발움직임 보고 갑자기 눈물이 나네요..
나에게도 꿈이 있었다는 생각에...
만화로도 좋지만 영화로 꼭 만나고 싶은 작품입니다.
스크린에서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