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야뇌당님의 서재
다산 정약용 선생의 서거 100주년을 맞아 위당 정인보, 민세 안재홍 등이 나서서 다산의 저작 500여 권을 모은 <여유당전서>를 펴냈다. 캄캄한 식민지 시절의 일이다. 전서 편찬을 주도한 또 한 사람인 최익한은 갓 출소한 불령선인이었다.
최익한은 이 방대한 전서를 최초로 독파했던 조선인이다. 그는 이 전서를 읽고 정리한 생각을 '여유당전서를 독함'이란 제목으로 1938년부터 이듬해까지 동아일보에 65회 연재했다.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실학파와 정다산>의 저자이기도 한 최익한은 다산 연구의 선구자였다. 그는 불굴의 혁명가이자 빼어난 학자였다. 이 글을 연재하기 직전 최익한은 자신과 함께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감옥살이를 하던 두 아들 중 장남을 먼저 보내는 뼈저린 슬픔을 겪어야 했다. 아들을 가슴에 묻은 그의 아픔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최익한은 왜 이 연재를 시작했을까? 이러한 때에 다산을 소개한 최익한의 마음을 따라가보면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익한은 다산을 조선의 희망으로 내세웠다. 그럼에도 최익한의 이름은 우리에게 낮설다. 분단 탓이다.

다산을 보는 최익한의 시선은 따뜻하다. 80년 전에 쓰여진 오래된 글이지만 힘이 느껴진다. 여전히 신선하다. 다산의 이름을 가슴에 품은 지 20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최익한처럼 다산의 저작을 원전으로 읽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이를 만나지 못했다.
세상은 여전히 답답하고 어지럽다. 우리가 다산을 찾는 까닭이다. 다산의 생각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으리란 믿음을 가지고 있다.
다산 서거 180주년을 맞아 서해문집에서 펴낸 이 책을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산을 제대로 이해할려면 꼭 읽어야할 책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