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페크 철학소설 3부작 중에 2부다. 1부에는 그래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런 그들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양하게 이해된다. 즉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함을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이 1부라면, 이번에는 모르는 사람이 나온다. 이름조차도...
도대체 아는 사람도 잘 모르는데, 모르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느날 하늘에서 추락한 사람이 병원에 온다. 얼굴을 붕대로 꽁꽁 감싸고 있고, 그에 대해서는 남자라는 것 말고는 이름도 국적도 하는 일도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가 중상이라는 것.
미지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 그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 모르는 것을 대할 때 우리는 무엇으로 판단을 하려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소설 아닐까 한다.
외계존재를 생각해보자. 아직 우리가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하지만 많은 소설들이나 영화에서는 이러한 외계존재들이 등장했다. 어떤 모습으로? 때로는 인류에 적대적으로, 때로는 호의적으로...
그 모습은? 인류와 비슷한 형태를 지닌 존재로 나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인류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왜? 인류는 지구 밖 존재를 본 적이 없으니... 그러니 자신들의 관점에서 외계존재를 상상할 수밖에 없다.
그간 자신이 경험한 것들과 알고 있는 것들, 또는 바라는 것들을 합쳐 미지의 존재를 상상한다. 그것뿐이다. 이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1부를 보면 현실 속에서 일어난 사건조차도 다양하게 해석이 되고, 현대에 와서도 하나의 사건을 두고 다른 판결이 나오는 재판도 많으니... 진실을 알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데, 모르는 존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의사는 하늘에서 떨어진 존재를 마치 별똥별 같다고 한다. 별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불타버려 본래의 존재를 알 수 없게 된... 우리와는 거리가 먼 그러한 존재.
이름을 알 수 없기에 '환자X'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를 치료해야 하는데, 그의 상태를 놓고도 외과 의사와 내과 의사가 다른 견해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치료를 하는 사람이니, 병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다. 서로 협력하는 관계이기도 하고, 또 이들이 서로를 배척하지는 않으니...
한데 소설에서 전혀 다른 존재들이 등장한다. 수녀, 천리안을 지닌 사람(또는 천리안을 지녔다고 믿는 사람), 시인.
이들도 '환자X'를 본다. 그에 대해 궁금해 한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외과 의사에게 들려준다. 수녀는 그에 관한 꿈을 꿨다고... 두 번이나... 꿈 속에서 만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려다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이 된다.
반면에 천리안은 자신의 투사 능력으로 '환자X'에 대해 알아냈다고 한다. 그는 화학자였다고... 위대한 발견을 했고, 자신이 발견한 것을 찾으러 가다가 떨어졌다고...
시인은? 시인은 자신의 상상력으로 창작을 한다. 한데 창작이 완전한 허구는 아니다. '환자X'의 상태를 보고, 그가 했음직한 일들, 그에 해당한다고 여겨지는 개연성이 있는 창작을 한다. 그는 부유한 사업가의 아들이었고, 쿠바에서 사업을 돕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성공해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가다가 떨어졌다고...
세 사람이 말하는 '환자X'는 다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이 '환자X'에 대해서 안다고, 그는 그런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미지의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들, 자신이 생각하는 또는 가치 있다고 여기는 쪽으로 미지의 존재를 규정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따라서 '환자X'는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들의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 이야기 속에 존재하지만 그는 현실에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이야기 속에서 현실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이어짐에 따라 그는 수녀, 천리안, 시인에게 그리고 의사에게 현실 속 사람이 된다. 물론 현실 속 사람이라고 해서 명확히 그가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환자X'는 점점 더 많은 이야기, 또는 삶을 지닌 존재로 이들 앞에 존재하게 된다.
그러다 소설의 결말... 이 이야기들의 뒤집을 수 있는... 하지만 그러한 결말에 있는 내용이 사실일지라도 그것이 진실이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마지막에 밝혀진 사실이 똑 '환자X'를 정확히 말해준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페크는 미지의 존재인 '환자X'를 우리 앞으로 데리고 온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과연 당신은 이 '환자X'를 어떤 사람으로 보는가? 질문하는 듯하다.
당신 역시 당신의 관점으로 '환자X'를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아니, 당신은 소설을 읽으면서 외과 의사, 내과 의사, 수녀, 천리안, 시인을 당신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있지 않느냐고... '환자X'를 판단하는 그들을 당신도 판단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 판단 역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생각하라고.
과연 철학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다. 내용이 조금 장황하다고, 그렇다고 분량이 길다는 뜻은 아니다. 미지의 존재를 밝히는 내용들은 우리가 흔히 모르는 수나 모르는 것에 붙이는 X에서 시작해서 X로 끝나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명확하게 이것이다라고 밝혀졌다면 장황하다는 인식을 하지 않을 텐데, 결말로 가도 역시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으니, 계속 우리는 알지 못함 속에 있게 되니,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좋다. 차페크의 SF소설도 좋지만, 이런 소설도 좋다. 3부인 [평범한 인생]은 열린책들에서 출판한 것으로 예전에 읽어서 이번에 정보라 번역본은 구입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새롭게 읽어도 좋을 것이라는... 그런 기대가 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