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피는 책이다. 즉, 괴물이라는 존재는 처음부터 괴물로 존재한 것이 아니다. 인간들이 어떻게 규정하고 분류했는지에 따라 괴물이 된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괴물의 탄생이라는 제목이 있지만, 작은 한글 제목으로 붙인 '우리가 찍은 낙인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낙인. 그것은 다른 존재에게 붙이는 이름이지만, 이 이름은 분류를 통해 다른 존재를 가두는 역할을 한다. 즉 우리와 다른 존재, 그래서 우리와 어울릴 수 없는 존재. 그냥 어울릴 수 없는 존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안녕을 위협하는 존재, 그래서 괴물.
이런 괴물은 함께할 수 없다. 퇴치해야 한다. 즉 괴물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 존재는 인류와 함께할 수 없고, 인류에게서 추방당해야 할 존재가 된다. 인류와 다른 존재를 괴물이라고 하는 것은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그 존재를 피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결이 되고,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 존재를 배척해야만 한다는 의식으로 굳어지게 되는 것. 즉 모르는 존재는 모르기 때문에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는데, 그 두려움을 안고 그 존재와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그 존재를 배척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괴물의 역사일 것이다.
이러한 괴물에는 비인간 존재들이 있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인간이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고, 그래서 우리는 인간이라는 벽을 쌓고 다른 존재들을 그 벽 너머로 보내고 가두는 역할을 한 것이 괴물이라고...
비인간 존재들을 괴물로 만든 역사를 추적하는 책이라고 제목을 보고는 생각했는데, 책장을 넘기면 곧 비인간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같은 인간을 비인간으로 취급하고, 그 결과 그러한 비인간 취급을 받는 인간들을 괴물로 이름짓고 배척하는 인간의 역사를 살피고 있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저자는 괴물을 '괴물은 상상의 산물이다. 이 책에서 내가 사용하는 '괴물'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이 '정상' 범주의 건너편이나 바깥에 있다고 여기는 인간을 정의할 대 사용하는 모든 용어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중립적이든 -를 포함한다.'(9쪽)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이 책은 권력을 쥔 집단들이 다른 집단들을 판단할 때 사용하는 기준을 '정상'이라고 보고, 자신들의 '정상' 범주에서 벗어났다고 보이는 다른 인간 집단들에게 '괴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배척한 역사를 살피고 있다.
그렇다면 권력을 쥔 집단은 어떤 집단인가? 바로 지역으로는 유럽, 종교로는 가톨릭(기독교), 인종(인종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통상 쓰고 있으니)으로는 백인이다. 이들을 '정상'에 놓고 다른 인간들을 '비정상'으로 보는데, 이런 '비정상' 인간들 중에서도 더 멀리 간 집단을 '괴물'로 이름 붙였다는 것.
자신들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인간들, 또 자신들과는 다른 신체적 조건을 가진 인간들, 여기에 능력 면에서도 자신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인간들도 '비정상'의 범주에 들어가고, '괴물'로 여겼다는 것.
그러니 괴물이라는 말에는 권력을 쥔 집단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다른 존재들을 규정짓고 배제했는지, 단순히 배제가 아니라 구경거리로 삼거나 또는 멸절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사용했는지 등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지구에 살면서 자신들이 정한 '정상'의 범주 바깥에 있는 존재들을 '괴물'로 규정짓는 이유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다. 그들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들만이 정상이고, 자신들과 다른 존재들은 비정상이라고 하는 집단에게, 지구 밖의 존재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한때 외계 존재가 등장하는 영화들을 보면 외계 존재를 상당히 위협적인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표현하지 않았던가. 물론 인간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외계 존재를 그린 영화도 있지만...
대체로 외계 존재는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그것이 문제라는 인식을 지닌 것은 지구에서 다양한 인간들을 규정짓고 범주화해서 벽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잘못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
인권이 모든 인간에게 적용이 된다면,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나아가야 하는데, 현재는 인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집단들은 모두 인간, 즉 인권을 지닌 존재로 인정하고 있으니... 여기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이렇게 차별의 역사를 살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괴물이라는 이름을 지닌 존재를 흥미 위주로 찾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괴물로 만들고 억압하고 배척했던 역사를 살핌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존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우리의 기준을 벗어난 존재, 또는 우리의 기존 관점으로는 판단하기 힘든 존재들, 경계에 속한 존재, 경계 밖의 존재들과 함께해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