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外注)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주로 경제활동에 관련되어 많이 쓰는 용어다. 자신들이 처리하지 않고 다른 곳에 맡겨 일처리는 하는 경우를 외주 준다고 하니...
이때 외주는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일을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일을 다른 조직의 사람에게 맡기는 것도 포함이 된다.
현대에 와서 모든 일을 자신들이 다 처리할 수는 없기에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런 외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먼저 제품을 외주로 주는 경우, 자신들이 생산할 능력이 되지 못하거나 또는 외주 주는 것이 더 비용이 싸기에 설비나 노동자들에게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때 외주 업체가 생산하지 않겠다고 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제품이 아니라 행위, 즉 일을 외주 줄 때도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들이 처리하지 않고 외부의 조직에게 일을 맡기기 때문에, 외부 조직이 일을 거부할 때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이렇게 외주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비용 면에서나 또는 효율 면에서 외부에 맡기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여길 때 발생한다. 그만큼 위험도 감수해야 하지만, 모든 것을 외주로 해결하려 했을 때 결국에는 자신들에게 손해도 돌아오기도 한다.
내부에서 기본적인 것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부차적인 외주로 했을 때는 외주 업체에 문제가 생겼더라도 외주를 준 업체에는 문제가 그리 심각해지지 않지만, 핵심적인 부분까지 외주 주었을 때 외주 업체에 문제가 생기면 외주를 준 업체 역시 심대한 타격을 받는다.
이것이 외주가 지닌 문제다. 그런데, 인간이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사고(思考)-생각하는 분야를 인공지능에게 외주를 준다.
당장은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런데 외주에 의존하다 보면 본질을 잃을 수가 있다. 중심을 잃었을 때 생기는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가 없다. 이러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어느 날, 학생들의 보고서가 글은 좋아졌는데, 이상하게 사람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많은 학생들이, 아니 대다수의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통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말이 된다.
인공지능에게 맡겨 제출한 보고서. 매끄럽고 내용도 잘 정리가 되었을 테고,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도 거의 없을 텐데, 그런데... 정작 중요한 그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보고서가 아무리 형식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사람이 직접 작성했던 예전에는 그 나름대로의 개성이 드러났을 것이다. 자신이 고민하고 정리한 내용들이 보고서에 담겼을 것이고...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옮겨 적는 것을 넘어, 보고서까지 인공지능이 쓰게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천편일률적인 보고서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고민을 하지 않는다. 고민을 하지 않는 인간들, 다른 말로 하면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출현(이 책의 작은 제목이기도 하다)이 대세가 된 것이 바로 현대다.
생각하지 않는 인간, 사고(생각)를 인공지능에게 외주를 주는 인간. 편리하고 빠르다고 인공지능에게 의존하는 인간. 처음엔 편리하고 좋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영원히 지낼 수는 없다. 사고하지 않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는데, 인간의 기본 특징이 바로 생각에 있는데, 이러한 생각을 외주 주고 있다면, 결국 자신들의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인간이라면 그 뒤의 삶은 어떨까?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기 이전에 인간 스스로 통제권을 인공지능에게 넘기는 것이 아닐까. 인간을 위해서 인공지능을 이용한다고 했던 것이 인간의 능력을 없애는 결과를 낳는다는 우려. 이것이 바로 '사고외주'라고 제목을 단 이 책의 고민 아닐까.
인공지능을 없앨 수는 없는 시대가 되었으니,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 인공지능에게 사고를 외주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를 보충하는 역할로 인공지능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멈춤이 필요하다고... 빠름 속에서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멈춰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경험을 통해서 실패하고 고민하는 시간들을 지녀야 한다고. 이러한 일들이 불편할 수 있지만 불편함을 감수해야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 수 있는 '판단의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외주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심심치 않게 언론을 통해서 만나왔다. 그렇다면 이를 우리의 사고로 확장하면, 과연 우리의 사고를 외주 주는 것이 바람직할까? 외주를 주더라도 본질을 유지한 상태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을 그동안 역사를 통해서 보아왔지 않은가.
인공지능 시대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가치들, 그것들마저 외주 주고 의존하면 안 된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관계 맺기를 통한 다양한 경험, 때때로 멈출 줄 아는 태도를 지닌 인간, 그런 인간이 현대 인공지능 시대에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사람일 것이다.
짧지만 저자의 고민이 잘 드러난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모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런 자세 역시 사고외주일 테니... 이 책에서 제기한 문제를 중심으로, 현대 사회를 살펴보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저자는 직접 글을 써보라고 하는데... 저자의 권유는 어렵지 않다. 어쩌면 어렵지 않아서 가장 어려울 수도 있는데... 키보드를 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글을 써보는 것.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을 보태고 싶습니다. 이 책의 어느 페이지든, 여백이든, 책의 맨 뒤 빈자리든 좋습니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것 아무것이나 펜으로 직접 적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키보드로 옮기지 마시고, AI에게 다듬어달라 하지 마시고, 그저 펜으로요. 글씨가 삐뚤어져도 좋고, 문장이 미완성이어도 좋고, 단어 한 개여도 좋습니다.' (149-150쪽)
손으로 무언가를 쓰는 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이 사고를 외주 주지 않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