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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 장인용
  • 19,800원 (10%1,100)
  • 2025-02-28
  • : 3,999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소설을 생각한다. 제 멋대로 단어의 뜻을 바꿔 쓰는 사람 이야기. 그는 왜 그 단어를 이렇게 써야 하지? 란 생각을 했다. 내 맘대로 그 단어를 쓰면 어떨까 하면서 자기가 만든 의미로 단어들을 쓴다.


그에게 그 단어들은 사연이 있지만, 문제는 이미 그 단어가 지니고 있던 사연을 무시하고 다른 사연을 덧붙인 데 있다.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단어. 그러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고립될 수밖에 없다. 자기 세계에 갇혀 나오지 못한다. 언어는 자기 세계와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이음을 끊어버리는 것이 바로 자신만의 언어를 쓰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단어를 쓸 때 그냥 막 쓰는 것이 아니다. 이미 남들과 의미를 공유하는 말들을 쓴다. 소통하기 위해서. 남들과 의미를 공유하기 힘든 말을 쓰는 작가들이 있지만, 공유하기 힘든 것이지 공유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여러 장치를 통해서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넣고 있기 때문인데, 특히 시인들이 그렇다. 따라서 시를 읽을 때 우리는 보통 알고 있는 그 단어의 의미를 넘어서 어떤 의미를 품고 있을까를 고민한다.


이렇게 시인의 경우는 [책상은 책상이다]에 나온 사람과는 다르다. 그는 아예 언어의 연결을 끊어버렸다면, 시인은 연결을 유지하되, 그 연결을 찾으라고 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부터 단어를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학습을 통해서, 또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서 그 단어의 의미를 익히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 단어들을 사용하게 된다. 그 단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단어가 세상에 나오고 사람들에게 쓰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단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잊힌다. 단어의 유래를 알지 못하게 된다.


다른 말로 어원(語源)을 잊어버린다. 더 시간이 흐르면 어원을 모르는 말들이 더 많아진다. 물론 어원을 몰라도 그 말을 쓸 수 있다. 어원을 모른다고 단어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원을 알면 그 단어에 실린 사연을 알기에 그 단어를 좀더 잘 알게 될 수 있다. 또한 그 단어의 유래를 통해서 비슷한 어원을 지닌 말들을 만나기도 하고.


따라서 어원에 관한 책을 읽으면 재미 있다. 맞는 어원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간혹 이런 어원. 오징어. 한자어로 오적어(烏賊魚)였다고. 까마귀를 유인해 잡아먹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오적어가 오징어가 된 것이라고.


하, 과연 까마귀가 바다에 떠 있는 오징어를 먹으려고 하다 도리어 잡혀먹히는 일이 생길까마는 이런 오징어란 말의 유래에 대해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도 나온다고 하니(116쪽), 그런가 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다.


이 책에서는 오징어에 관해서 또 다른 사실.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그야말로 재미와 지식이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우리가 지금 오징어라고 하는 것은 옛날에는 '피둥어꼴뚜기, 곧 꼴뚜기의 한 종류'(116쪽)라고 한다. 


처음 알게 된 사실. 예전에 오징어는 지금 우리가 '갑오징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고 하니, 참...


이와 비슷한 말이 '오이와 참외'다. 


'원래 '외'였던 참외가 줄기와 잎이 비슷한 오이에게 이름을 빼앗기고 '참외'가 되었다. ... 실제로 참외는 삼국 시대부터 있었고, 오이는 그보다 천 년 뒤인 1500년 즈음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참외를 지금은 과일로 여기지만 사실 장아찌를 담가 반찬으로 먹기도 했다.'(141-142쪽)


'참외' 이름에서 '외'가 오이의 줄임말일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참외가 오이에게 밀려 제 본래 이름 앞에 '참'자를 붙이게 되었다니... 


동네 이름으로 가면 더 재미있는 말들이 있다. 많은 곳에 있는 '가좌동'이라는 동네. 이름이 같은 동네가 많은데, '가좌'가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이 책에서 저자가 '가좌'는 '가재'를 한자어로 쓴 것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즉 '가좌동'은 '가재동'인 것이다. 물이 맑아 가재가 살고 있던 마을들 이름이 가좌동이었던 것.  이런 식으로 이 책에는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들에 실린 유래, 사연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다. 또 읽으면서 우리말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도 있고.


앞에 든 몇몇 단어들 말고도 참 많은 단어들이 그 사연을 지고 이 책에 나온다. 한번 읽어보면 우리말에 깃든 사연들, 또 그 단어들이 어떻게 자리잡고 변해왔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천천히 내가 쓰고 있는 말이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들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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