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구술생애사 팀이 낸 두 번째 책. 권력을 행사하지도, 남들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하지 않지만 자신들의 삶을 묵묵히 살아온 사람들. 그런 삶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전하게 된 사람들 이야기.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리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넘어 다른 이들에게 무언가를 주고자 하는 삶을 살고자 했다는 것.
그것이 노래든, 밥이든, 또는 점술이든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과 관계를 맺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한,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 살아왔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잘사는 사회. 성소수자나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또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살아온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 사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구술생애사라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기는 일. 이것은 무척이나 소중한 일이다. 이들 역시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이렇게 다른 사람의 삶을 듣고 기록하는 일은 곧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 방향을 찾는 것. 그것이 구술생애사를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읽는 우리들은 또다른 삶을 만나게 된다. 내가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구술되어 기록된 삶을 통해 다른 삶을 살아보게 된다. 그들이 살아온 험난한 세상. 또 그들이 보여준 희망들.
소위 민중가수라 불리는 최도은('불나비'로 잘 알려져 있다), 김원중('바위섬'으로 유명한 가수, 그가 '직녀에게'도 불렀다니)의 이야기, 민중가요를 부르는 단체인 '꽃다지' 기획자 민정연, 퀴어 무속인 박인, 퀴어 직장인 한열음, 그리고 하숙생들의 밥을 해주었던 하숙집 운영자 정경애, 여기에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서 노력하는 웨노웨 흐닌 쏘(강선우), 방글라데시에서 와 한국인으로 정년을 맞이하는 박지환(하비불), 서남아시아의 문화 행사를 기획하면서 지내는 자한길 알럼이 이 책의 주인들이다.
아니 이들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주인이라고 해야겠다. 이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삶 속에 녹여내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고. 하여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 사람들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이런 작업이 없었다면 우리에게 다가오지 못했을 삶들을 만나게 해주었으니... 이런 삶을 만나 다양한 삶이 있고, 그러한 다양한 삶들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고 있음을.
아마도 이 작업은 두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 우리가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제목이 된 '우리의 노래가'는 백창우의 노래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줌 될 수 있다면'에서 따왔다고 한다. 각 인물을 소개하는 장들도 이 노래에서 가사를 따와 '1부는 '이 그늘진 땅에', 2부는 '이름 없는 꽃들 다 이름을 얻고', 3부는 '움츠린 어깨들 다 펴겠네'이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이 노래를 찾아 들으면 더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이 노래의 끝부분처럼 '이름 없는 꽃들 다 이름을 얻고 / 움츠린 어깨들 다 펴겠네 / 닫힌 가슴들 다 열리고 / 쓰러진 이들 다 일어나 아침을 맞겠네 /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 모두 하나될 그날이 오면 / 얼싸안고 춤을 추겠네 / 한판 대동의 춤을 추'는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읽으면서 예전에 들었던 백창우의 노래가 머리 속에서 울리고 있었고, 최도은의 불나비, 김원중의 바위섬과 직녀에게가 떠다녔으니... 앞부분에서 만난 이들은 그래도 이름이라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