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을 금지하자는데 반대를 한다.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차별이라고 하면서... 역차별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역차별... 이것은 자신은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지만 상대는 누릴 수 없는 권리라는 말과 통한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누구는 누리고, 누구는 누릴 수 없는 권리가 무엇일까? 그런 권리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라면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는 어떤 사람도 누리지 못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보장하는 법이 차별금지법 아니던가.
모든 분야에서 똑같은 권리를 달라고 주장하는 법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 그런 권리에서 차별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차별금지법이다.
그러니 차별금지법은 이미 누리고 있는 사람에게서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권리를 함께 누리자는 것이다. 그런 권리를 함께 누린다고 해서 권리를 양이 줄거나 힘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러한 권리들은 함께할수록 더 커지게 된다. 이 책의 저자의 말처럼 그것을 평범한 삶이라고 하면, 우리는 누구나 평범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하여 제목이 '평등한 평범'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이상함만큼 평범한 것은 없다. 모든 평범한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고, 모든 이상한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다.'(11쪽)
누구나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평범함이다. 이러한 평범한 삶을 누구나 누리도록 하자는 법이 차별금지법이기도 하고.
한데, 차별금지법은 지금도 제정이 되고 있지 않다. 올해 초에 발의가 되었다던데, 상임위에서 심의를 했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지난 19년간 차별금지법은 국회에서 14차례나 발의되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심의되지 못하고 고사했다.'(287쪽)고 저자도 말하고 있으니...
저자가 21대 국회의원이 되어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하고, 그에 대한 공부를 하고 또 제정이 되도록 많은 노력을 했지만, 역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저자가 차별금지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연,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기까지의 과정, 국회의원이 되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어떻게 했는지를 보여주는 과정, 또 자신이 만난 사람들,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차별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차별금지법을 쉽게 설명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저자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왜 차별금지법이 필요한지, 그러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존재들은 누구인지, 또 그들은 어떤 논리를 동원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차별들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표지에 작은 제목으로 '차별금지법이 꿈꾸는 세계'란 문장이 있는데, 쉽게 말하면 우리 모두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시설에 갇혀 살아야 하는 현실이 아닌, 특정 성별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추행을 당하는 일, 이주민 또는 난민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일이 없는 세상. 모두가 평범한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세상, 그러한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도 어렵다. 국회를 통과하기도 힘들다. 설문조사를 하면 압도적인 다수가 차별금지법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도, 민의를 대변해야 한다는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심사되지 않고 폐기되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서 정치가 중요하고, 정치인을 움직일 수 있는 시민의 힘이 중요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힘으로 정당을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인이 국민을 제대로 대의할 수 있도록 정치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물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식으로, 정치 개혁 역시 국회의원들에게 맡겨서는 또다른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하여 시민들이 힘을 합쳐 정치개혁이 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저자가 직접 경험한 차별금지법에 관한 과정을 통해 정치 개혁의 중요성이, 정치 개혁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시민들의 힘이 중요함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