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 외향인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이향인'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용어가 있다니... 그것도 심리학에서 쓰고 있었으니, 사람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누고, 그렇게 알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이향인, 영어로 'OTROVERT'라고 하는데, 이 말의 기원은 스페인어란다. 이 책의 저자가 만든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근본 요소는 '남들과 다른 방향'이다. 그렇게 해서 나는 '이향인otrovert'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스페인어에서 'otro'는 '다른'을, 'vert'는 방향을 뜻한다. 말 그대로 'otrovert'는 '다른 방향을 향하는 사람'을 의미한다'(18쪽)
'다른 방향'이라고? 어떤 방향의 차이지? 책에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보통 우리는 사람들을 내향인, 외향인으로 분류를 하지만, 이들이 지닌 공통점은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즉 이들의 방향은 공동체(집단)에 들어가 있든, 들어가 있지 않든 모두 공동체를 향한다는 것. 즉 소속을 지니려는 성향.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향인'은 다르다. 이들은 얼핏 공동체에 속하고, 또 공동체 내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기도 하지만, 이들이 향하는 방향은 공동체 내부가 아니라 공동체 밖이라고 한다. 이들은 집단에 속해 있어도, 집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도 늘 개인적인 삶을 추구한다고, 그래서 집단 속에서 외로움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고 한다.
이런 이향인의 핵심 특성은 무엇일까? 저자는 '공동체 지향성이 결여되어 있'(37쪽)고, '언제나 관찰자일 뿐, 진정한 참여자가 되지 못한'(38쪽)다고 하고 있으며, '관행을 따르지 않고'(39쪽), '독립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한다'(41쪽)고 한다.
자, 이들의 특성을 보라.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덕목 아닌가.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생각, 그리고 관행을 따르지 않는 자세, 여기에 공동체 지향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직장을 잘 살펴보라.
이들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지만 우리가 공동체라고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즉 일로 맺어진 관계이고, 효율적으로 작업을 하기 위해 같은 장소에 모여 일을 하는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나마도 요즘은 재택 근무라고 해서 개인적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공동체 지향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직장 생활을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이향인들, 이들을 잘못 이해하게 되면 그들을 질병을 앓는 사람, 또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오해하게 된다. 저자가 의사로서 만나본 많은 이향인들이 이렇게 잘못된 진단과 처방으로 더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왔다고도 하니...
'이향인'이라는 특성을 알게 되면 사람을 어느 한 부류에 집어넣고 판단하는 일을 삼가게 된다. 자신과 전혀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도 있고, 그들의 성향에 좋고 나쁨, 또는 옳고 그름을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그래서 다른 존재들과 관계맺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일임을 생각하게 된다.
이향인이라고 해서 공동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공동체보다는 자신을 더욱 중시할 뿐이다. 이들도 역시 보편적인 규칙들은 존중하고 지키려 한다. 저자는 '이향인은 대체로 보편적 원칙은 이해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역적 원칙을 파악하는 데는 자주 어려움을 겪으며 그런 이유로 종종 여러 난관에 부딪히곤 한다'(119쪽)고 한다.
이들은 자신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특수한 상황에서 어떤 원칙이 적용되는가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종종 그들을 예측 불가능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바로 '예측 가능성은 사회적 통합을 돕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긴장을 완화시키는 장치'(120쪽)라고 하니 이런 점에서 이향인들이 오해를 사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향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면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들은 성향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이향인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읽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잘 공감한다고 한다. 이러한 공감 능력은 공동체 지향성을 떠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솔하고 깊은 관계를 맺게 한다. 이향인이라는 다른 성향의 인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만 한다면...
왜 공동체 지향성이 없음에도 공감 능력이 뛰어날까? 그것은 '정서적 자급자족은 행복과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243쪽)인데, '이향인은... 본능적으로 배려를 택한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이향인은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개별적 존재로 보기 때문'(245쪽)에 이향인은 자신의 정서가 충만하고 사람을 집단의 일부가 아닌 개인 전체로 보기에 다른 이들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향인들...아마 우리가 의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우리 주변에 많을 것이다. 그들을 "이상하네."라고 여기지 않고, 아, 이런 성향을 지닌 사람이었구나 하게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이향인'이라는 존재를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런 사람에게는 어떤 환경이 좋을지, 또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고민하고, 다름을 인정한 상태에서 함께 지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끝부분에 '이향인 테스트'가 실려 있는데, 한번 해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사람을 내향인, 외향인 또는 이향인으로 딱부러지게 구분할 수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우리 모두는 이러한 특성들을 조금씩은 다 지니고 있을 테니. 다만 그 중 어떤 특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기는 하겠지만.
결국 이 책은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를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마, 부모나 교사들이 읽으면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