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가수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없으니 기껏 아는 가수라고 해야 '마이클 잭슨, 밥 딜런' 정도였다고 할까. 이들보다는 조금 더 많은 사람을 알고 있지만 거기서 거기다. 그들 음악 중에 밥 딜런의 음악 말고는 제대로 들었다고 할 수 있는 노래가 없으니...
그런데 어떤 책이 좋을까 검색을 하다가 순간 이 책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낡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람의 모습. 책 제목이 '패티'다. 그렇담 이 사람이 패티겠군. 패티하면 우리나라 가수 '패티 김'이 떠오르는데,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표지 사진이 독특해서, 이 사람의 세계 역시 단순하지 않겠구나, 한번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첫장을 넘기니 노래 부르는 사진과 그 옆 장에 '장애물이 우리의 날개다'라는 니콜라이 고골의 문장이 나온다.
장애물, 그렇다.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장애물을 넘어 나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 장애물을 넘어서 나아간 사람들이 우리에게 이름을 남긴다. 그냥 평탄한 삶을 산 사람이 아니라.
책의 시작이 이러니, 패티란 가수, 분명히 많은 고난을 겪었으리라.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음악활동을 했는지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읽게 된다. 중간에 끊기 싫어진다. 와, 이 사람, 이런 과정을 거쳐서 자신의 자리를 잡았구나, 단순히 노래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쪽으로 바꾸려고 노력했구나.
그런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또 자신의 음악을 지키기 위해서 포기해야 했던 것들. 또한 삶을 위해 노래를 포기해야 했던 순간, 다시 노래로 돌아오는 과정이 이 책에서 펼쳐진다.
패티 스미스라는 가수의 일생이 책에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출생에서 최근의 모습까지. 한 사건 사건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진술되기보다는, 전 생애를 담고 있기에 스치듯 지나가는, 회고조의 내용인데도 읽기에 몰입이 된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서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 그리고 자신을 끝까지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동생들과의 관계. 남편과의 만남과 사별. 다른 음악가들과의 만남과 활동들... 이들 중에 내가 아는 이름도 꽤 나온다. 특히 밥 딜런과의 인연... 패티 스미스는 밥 딜런과의 만남을 이렇게 쓰고 있다.
'밥 딜런은 여전히 내 마음속 롤모델이었고, 내가 그보다 더 동질감을 느낀 사람은 없었다'(127쪽)고. 나중에 밥 딜런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고 하니... 내가 모르고 있었지 음악을 좀 안다고 하는 사람에게 패티 스미스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냥 넘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구나. 이런 가수가 있었구나. 자신의 음악 세계를,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꾸준히 일해왔던 사람이 바로 패티 스미스구나 하는 생각. 이런 활동들로 인해 패티 스미스는 2007년 로큰롤 명예의전당에 헌액되었다고 하니 음악으로 인정을 받은 사람이다.
게다가 글과 한시도 멀어지지 않았던 사람, 자신의 고민이 있었을 때 또 삶 내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긴 사람. 그러니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책으로도 펴낼 수 있었으리라.
젊은시절, 한참 반항의 혹이 왕성할 때 패티는 자신의 방에 이런 글귀를 적어놓았다고 한다.
'우리는 예술/쥐들이다. 불결한 개새끼들이고, 우리가 탕진하는 말들이다'(124쪽)
이런 자세로 누구에게 끌려가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간 사람. 이런 패티에게 장애물은 자신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40이 넘어서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이 하나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는 비극, 자신들이 아무리 외쳐도 전쟁이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좌절도 한다. 그럼에도 해야할 일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 그렇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처음에 나온 '장애물이 우리의 날개다'라는 말을 평생 실천하면서 살아왔던 패티 스미스를 대변하는 말이다.
자신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패티는 '반항의 혹 반항의 혹 반항의 혹'이란 말을 쓴다. 이 반항이라는 말, 결국 장애물에 굴하지 않고 나아간다는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삶은 반항의 혹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삶. 그런 삶을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나처럼 패티 스미스를 잘 몰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를 알아가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검색하면 패티 스미스의 노래도 들을 수 있으니, 한두 번 들어도 좋겠다. 들으면서 그의 삶을, 또 그가 바라던 세상을... 이제 누가? 바로 우리가 이어서 만들어가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에게도 많은 장애물들이 있겠지. 그 장애물은 우리에게 현실에 안존하라고, 그냥 그 자리에 머물라고 한다. 그때 패티 스미스가 쓴 이 문장 '반항의 혹'을 생각하면 된다.
반항, 저항, 그것이 장애물을 극복하는 길이고, 또 세상을 바꾸는 힘이지 않겠는가. 패티 스미스가 세계 전역을 돌며 평화를 노래했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세계를 순회하면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는 음악인들이 있으니...
패티 스미스의 삶은 본인에게만 또 그가 살았던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렇게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회가 되면 패티 스미스가 쓴 또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