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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1020 극우가 온다
  • 정민철
  • 17,820원 (10%990)
  • 2026-04-15
  • : 5,165

1020 극우를 누가 불러왔나?

 

기득권이다. 보수든, 진보든 이미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 1020을 극우로 만들고 있다.

 

물론 모든 1020이 극우가 되지는 않는다. 연령이 같다고 해도 생각은 다양하고, 지역이 같다고 해도 생각이 또 다르고, 경제적 능력이 비슷하다고 해도 생각은 다르고 학력이 같다고 해도 생각과 행동이 다른 것이 인간이니까. 하지만 흐름으로 이야기하면 1020이 보수화, 극우화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 저자가 제목에 쓴 말을 그대로 쓴다.

 

보수는 그들을 이용하고, 진보는 그들을 가르치려 들지만, 본질적으로 그들을 극우로 만든 것은 보수냐 진보냐를 가를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도 이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우선 그들에게 막대한 상실감을 안겼다는 것.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 했으니까.

 

'헬조선'(hell조선)이라는 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이 일반적으로 쓰이고, 부모 세대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고, 스펙도 더 많이 쌓았지만 정작 부모 세대보다 잘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처음 세대라고, 즉 부모보다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첫세대.

  

물러설 곳이 없다. 이육사 시 '절정'을 생각한다.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서다 / .../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 상황 아닌가. 이런 이들에게 너희가 노력을 안 해서 그렇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 먹히지도 않는다.

 

시인은 생각해 본다고 했지만, 1020들은 행동을 한다. 생각이 아니다. 행동이다. 우리를 이렇게 만든 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

 

이렇게 만든 자들?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보수 쪽이 아니다. 이들이 쉽게 만나고, 또 그들의 도파민을 팍팍 뿜어내게 한, 다 좌파들 탓이라고 하는 극우 유튜브들을 만난 그들은, 진보 쪽을 향해서 너희들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됐어. 너희들 때문이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진보는? 애들이 뭘 몰라서 그래. 사실을 몰라서 그래. 사실만 알면 생각을 바꿀 거야. 한단다. 참 낙관적인 진보다.

 

낙관적인 진보가 아니라 세상물정을 모르는 진보다. 이러고서야 어디 진보라고 할 수 있나? 진보는 현재를 보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현재를 미래로 끌어가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이들은 현재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이대로 가면 10, 20년 뒤에는 극우가 우리나라 권력을 장악한다. 파시즘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유럽을 보라.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는 유럽에서도 극우가 세력을 얻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현실을 제대로 보라. 지금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극우가 우리 사회를 점령한다. 이미 점령되어 가고 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학교를 보면 안다. 학교에서 과연 민주주의 가치가 교육되는가? 민주시민 교육을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웃기는 소리다. 그런 수업에서 학생들은 잔다. 아니면 딴짓을 한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 귀로 들어온 소리가 마음에 담기지 않는다.

 

교사가 옳은 소리를 하면 꼰대소리라고 한다. 선생님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란다. 또 남을 혐오하는 말을 하면서도, 혐오 동영상을 보면서도 그냥 재미로 한단다. 재미? 끝이다.

 

이런 학교의 모습만 봐도 이미 우리 사회는 극우가 (이때 극우는 혐오를 기반으로 하는 집단이다. 남을 몰아내는 것을 자신의 존립 기반으로 삼는 집단) 자리를 잡고 있다.

 

학교만 그런 줄 알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엔. 하여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하면 나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더 심각한 집단이 있단다. 바로 군대다. 20대 초반의 남성들로 구성된 집단. 여기서도 핸드폰을 허용한다.

 

군대에서 핸드폰 허용. 다름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 군대에서 핸드폰을 사용했을 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또는 틱톡 등등을 통해 목소리 큰 사람의 (주로 선임병이겠지만) 관점을 담은 영상들이 공유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따분하고 단조롭고 또 왠지 자신이 피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군대에서 어떤 영상들이 돌까? 그들의 시선을 잡고 그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영상, 주로 극우 논리를 주입하는 영상이 그들에게 공유된다고 한다.

  

다른 영상을 보기도, 다른 생각을 말하기도 힘든 군대에서 18개월, 훈련소 생활을 뺀다고 해도 16개월 이상을 그와 비슷한 극우 영상들을 보게 되면 자연스레 극우 논리가 주입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역해서는 학교나 자신이 있던 곳으로 가서 그러한 논리를 주장하게 된다고.

 

이미 학교, 군대를 통해 습득한 극우 논리를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힘들다. 여기에 엄청난 알고리즘의 위력. 비슷한 영상만 계속 추천하고, 심지어 그 영상들이 자극적이어서 재미까지 있다면...

 

이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1020이 뭘 몰라서, 사실을 몰라서 그런다고... 아니, 그들에겐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 힘들어하는 자신들에게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주는 영상, 도파민을 팍팍 분비시키는 영상이 더 좋다.

 

이 점을 놓치면 그들을 설득할 수가 없다. '3초'라고 하지. 3초 안에 그들의 시선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 정말 설명이 길다. 길어서 도저히 끝까지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또 왜 이리 평이하고 도덕적인가. 더 보고 싶지 않다. 재빨리 다른 영상으로 넘어간다.

 

현실이 이렇다. 이런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바로 이런 현실을 알고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이 책의 저자 정민철이다.

 

이들의 언어로, 이들의 감수성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 지금 외롭다고, 고립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많이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 지원을 '진보' 쪽에서 해주어야 한다고 요청한다.

 

절박한 요청이다. 그러면서 그는 가족들이 밥상에서 대화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1차 집단에서 서로가 소 닭 보듯 살아온 모습이 1020을 극우로 내몰기도 했다는 것. 훈계가 아니라 대화를, 주입이 아니라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를 하라고...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라고. 그러면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고. 온라인을 통한 대항 활동도 중요하지만 대면을 통한 이해와 공감의 장을 넓혀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읽으면서 등골이 서늘했다. 큰일이군. 하지만 늦지 않았다고,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청년이 있으니. 이런 청년이 고립되지 않고 더 많은 청년들과 연대할 수 있다면, 지금 우려하는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정치권이 정신차려야 한다고... 저자가 제기한 요청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받아들여야 늦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이런 목소리 들을 수 있는 정치권이 진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그러한 정치인들을 '진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한 가지 명심할 점은 1020이 극우화 된다고 해서, 모든 1020이 극우 쪽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 중에서도 다양한 정치적 성향이 나타나고, 극우로 가는 1020 못지 않게 진보로 가는 1020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면을 통한 이해와 공감의 장을 넓혀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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