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머리에 남아 있다. 이 시집에 나오는 한 구절일 뿐인데... '이이이'
시인은 '이'를 참 여러 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냥 '이'라고 쓰면 읽는 사람은 많은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이것 저것 할 때의 '이'. 이때의 '이'는 상대를 지칭하는 언어가 된다. 이봐 할 때의 이. 그리고 둘을 의미하는 이. 이 '이'를 시집 제목과 연결지으면 남과 북이 될 수 있다. 또한 몸에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먹는 '이'를 뜻할 수도 있는데, 이는 분단이나 반공에 기생해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존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빨을 뜻하는 '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때의 '이'는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존재가 된다. 자칫하면 상대를 물어뜯는 이가 될 수도 있고.
이런 사전적 의미나 상징적 의미를 떠나서 차마 말을 할 수 없을 때 입에서 신음처럼 나오는 소리로 '이'를 생각할 수도 있다. 시집에는 고문을 당하는 사람이 나오니, 그에게 언어는 불필요하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소리 '으'보다 더 이를 악물고 참아내지만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소리 '이'를 낼 수밖에 없다.,
참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를 시인은 그냥 '이'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이이'라고 중첩이 되고 있는데, 이 구절이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게 된다.
반복을 통해서 각인이 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차마 말로 하지 못하는 감정을 이런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언어로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내 편이 아니면 처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말을 할 수 없게 된 존재들이 내는 말. '이이이'
시집을 읽으면 이 '이이이'를 '아아아'로 바꾸게 된다. 이렇게 시를 쓸 수 있구나. 이렇게 분단 상황에서 겪은 우리 현실을 이런 형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자료와 사진과 다른 사람의 글들, 그리고 시인 자신이 쓴 글씨와 자신의 가족사까지... 시에 모두 들어 있다. 어느 하나로 표현할 수 없다는 듯이, 여러 요소들이 모여 한 편의 시를 구성한다.
'DMZ' 비무장지대라고 번역할 수 있는 말. 하지만 비무장지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장이 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대. 무장한 군인들이 서로 총구를 맞대고 있는 공간. 그곳이 바로 비무장지대 아닌가. 그러니 비무장지대라는 말을 거울에 비춰 거꾸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시에 나오는 거울 단어처럼... 그냥 글자가 거꾸로 뒤집힌 것이 아니라 의미도 뒤집힌. 그렇다면 '콜로니'는 무엇인가? 식민지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어떤 집단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나의 의미만을 지니고 있지 않으니, 이 '콜로니'라는 말도 거울에 비춰보자.
그냥 볼 수 없는 말을 찾아내야 한다. 이 시를 읽으려면. 'DMZ'가 냉전시대 분단을 상징하는 말로 우리나라의 과거 비극을 담고 있는 말이지만, 이곳은 평화의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자연이 풍부한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이 바로 'DMZ' 아닌가.
지금 이곳에는 지뢰를 비롯한 온갖 무기들도 있지만 인간에 의해서 멸종이 될 뻔한 많은 생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온갖 것들이 공존하는 장소로 존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 콜로니 역시 (식)식민지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가 지금은 다양한 존재들이 공존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생명들이 살아가는 집단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강자의 이데올로기가 점령하고 있는 말의 뜻을 재해석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시에서 말하는 '거울 단어'인데...
그렇다면 '좌빨'이라는 말을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그들을 배척만 하는 사람들에게 또는 '계몽령'이라는 말을 쓰면서 '어게인'이라고 다시 돌아오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들을 거꾸로 보여주자.
그들의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그 말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쓰여야 하는지를 살피게... 시집에 이런 시가 있다. 보자.

문장을 거꾸로 읽으면 된다. 아마 이 시집을 읽는다면 '좌빨'이란 말도 '계몽령'이란 말도 쏙 들어갈 것이다. '이이이' 정말, 그런 말을 쓸 수 있단 말이야? 하면서.
말이 필요없다. 이 시집, 읽으면 형식에서도 내용에서도 감탄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 현대사를 생각하고, 그러한 과거에서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언어에 대해서...
그런 언어를 한번 거울에 비춰보자고... 그 언어가 보여주지 않고 있는 면을 찾아보자고. 그것을 볼 수 있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고.
시집에 대한 자세한 해설은 '번역 후기'와 '추천사'에 잘 나와 있으니 그 부분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