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다. 사회 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정치란 자신이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존재가 아니다. 내가 관여하지 않는 것도 정치다. 그러니 정치는 바로 삶이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정치가 잘 이루어질 때 우리는 정치를 의식하지 않는다. 숨을 쉴 때 공기를 의식하지 않듯이 정치가 잘 되고 있다면 정치를 의식할 이유가 없는 것. 하지만 정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 우리는 정치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자신에게 닥친 정치... 정치적 위험. 그때서야 정치가 중요함을 깨닫고 어떻게 할까를 고민한다. 어떤 이들은 광장으로 나가고,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침잠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정치 조직에 몸을 담기도 한다.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적 행위를 한다. 그것을 자신은 정치적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정치가 피부에 다가온 것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다. 세상에 비상계엄이라니... 정치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한 날... 그 날 이후,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가졌는데, 각자의 관점에 따라 정치를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이 달라지기도 했다. 그리고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 비방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치란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하는 것,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의 격차를 좁혀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행위가 정치라고 한다면, 서로 적대적인 말과 행동을 일삼는 것은 정치라고 할 수 없다.
정치로 포장된 적대행위일 뿐이다. 민주주의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이 책은 비상계엄 이후 우리나라 정치 상황을 바라보면서 문제가 무엇인지, 또 그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가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재난, 극우, 광장, 정치인, 교육, 대화, 회복, 성장'이라는 여덟 개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이 연결이 되고 있기도 하지만, 각자 독립적이어서 따로따로 읽어도 된다.
그렇지만 이 여덟 주제를 관통하는 것은 '민주주의'이고, 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실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는 관점이다.
결국 정치의 복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상호적대적인 갈등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행복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상계엄 이후 '광장'에서 이루어졌던 것들이 바로 '민주주의'의 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배제가 아니라 화합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정치는 고통을 보살펴야 한다. ... 정치는 관계의 예술이다. 최고의 정치는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여 공동의 에너지를 고양시키고 사회의 탁월한 잠재력을 이끌어낸다.'(17쪽)고.
바로 이러한 공론장의 형성,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고, 이러한 민주주의가 실현된다면, 고통받고 있던 사람들의 마음도 치유될 수 있다고 한다. 즉 '공공선으로 모아진 마음이 민주주의를 치유한다. 그러니까 민주주의가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한 마음이 민주주의를 치유한다. 민주주의와 마음은 서로를 돌보는 관계에 있다'(19쪽)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치가 해야 할 일인데... 지금 우리의 정치는 어떠한가? 저자의 '정치는 인간의 고통을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38쪽)이 현실 아닌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들. 이 전쟁들이 바로 정치가 일으킨 전쟁 아니던가.
정치로 인해 발생한 재난이 한 나라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재난을 일으키는 것도 정치지만, 재난을 극복하게 하는 것도 정치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고통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수단이지만, 거기에 주체로 참여하는 것 자체로 치유의 경험이 될 수 있다'(224쪽)는 저자의 말...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그 광장에서 치유를 받은 경험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가.
그러니 '정치가 최고의 공동선을 함께 추구하는 행위라고 할 때, 그것은 두 가지 차원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하나는 사회를 구성하는 동시대인들을 온전히 아우르는 공동선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를 배려하는 공동선이다'(253쪽)라는 저자의 말 명심해야 한다.
동시대인들만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반드시 고려하는 정치가 바로 고통을 치유하는 정치가 될 것이다.
최근에 읽은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에서 저자인 키머러는 자신의 어머니의 말을 들려주고 있다. "올 때보다 갈 때 더 좋은 곳이 되게 하렴."('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136쪽)
이런 자세가 바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자세다. 동시대인들만이 아니라 미래세대도 함께하는 정치인 것이다.
하여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똑바로 보았을 때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러한 고민을 하는 과정이 바로 희망이다.
책의 끝부분에 실린 파커 파머와의 대담에서 파머는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희망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치, 그것은 바로 치유의 정치이고, 이러한 치유의 정치가 바로 우리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그 점을 이 책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희망이란 지금, 이 현실과 더 나은 가능성 사이의 차이를 분명하게 자각하면서, 현실과 가능성 사이에 서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날마다 무언가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희망입니다. 희망은 행동입니다. 희망은 동사입니다. 우리는 희망을 ‘갖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만들어가는‘ 존재입니다.- P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