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인공지능 시대. 어떤 직업이 가장 먼저 사라질까? 자신의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모르기 때문에 느끼는 불안함.
이런 시대를 상상하면서, 작가들이 인공지능 판사가 대두하는 세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각자 다른 관점에서 인공지능 판사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지금 인간 판사보다 인공지능 판사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감정이나 편견이 작동하는 인간 판사보다는 철저하게 자료를 통해 판단하는 인공지능 판사가 재판을 받는 사람에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런데 인공지능 판사가 판결을 한다면, 변호사와 검사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의 개요을 입력하는 존재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인공지능 판사가 검사와 변호사 역할을 다 하면서 사건에 맞는 판결을 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과연 인간이 행복해질까? 그 재판은 신속하게 진행이 될까? 정보라가 쓴 소설 '일반교통방해죄'를 보면 인공지능 판사가 도입되어도 재판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음을, 또한 재판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을 가능성이 나타난다.
문구대로만 해석하고 판단한다면, 과연 윤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동기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선한 동기가 좋지 않은 결과를 나았다면, 과연 선한 동기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또한 곁가지로 계속 나타나는 여러 일들을 어떤 것은 무시하고, 어떤 것은 받아들일 것인가?
정보라 소설에서는 인공지능 판사가 여러 갈래의 일들을 하나로 꿰지 못할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데, 조광희가 쓴 '이성의 책략'을 보면 인공지능이 그마저도 넘어설 수 있음을, 오히려 정치적인 판단을 법적 판결에 도입할 수 있음을 상상하게 한다.
법 조항에 국한하지 않고, 그 법 조항이 초래할 결과를 판단해서 종합적인 판결을 하는 인공지능 판사. 이 소설에서는 헌법재판관 중 하나를 인공지능 판사에 할당을 한다. 그리고 이 인공지능 헌법재판관은 명료한 법해석을 제공해준다.
단지 명료한 법해석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결과를 예측해 판단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 결국 인간이 이성의 힘으로 인간을 보조할 인공지능을 창조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용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는 책략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소설이 전개된다.
결국 제 꾀에 제가 빠진 셈인데... 이러한 반전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설명이 되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곽재식이 쓴 '누벨리온'은 인공지능이 법을 어떻게 왜곡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 그야말로 법 기술자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나온다.
너무도 많은 법령들, 인간이 찾아보기 힘든 법령을 아주 간단하게 제정하는 인공지능. 그리고 그 많은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인공지능. 이러한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권력을 공고히 하는 존재들을 그려내고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는 법이 너무도 많다. 누군가 그랬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그만큼 법이 많아서 어떤 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인공지능으로 더 많은 법들을 만들면, 그 법을 인간들이 과연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인공지능에게 판단을 넘기게 되고, 특정한 부류에게 권한을 넘겨 그들의 뜻대로 법이 적용되는 세상을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박진규가 쓴 '타락판사 :몹스터월드 프로젝트 2' 에는 인공지능 판사가 나온다. 아주 친절한, 법을 세심하게 적용하는, 그래서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그것이 해킹에 의해서 일어난 인공지능 판사라면, 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인공지능 판사가 되게 했을까?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인공지능 판사가 보여주는 모습은 '사기꾼'의 모습과 같다고 하는데, 이는 자신의 책략을 감추는 인공지능의 모습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사람을 이용하는 쪽으로 가는 인공지능 판사이지 않을까 하는데... 자신을 해킹한 전직 판사를 살해한 인공지능 판사. 그러면서 자신을 판결하는 재판에 참여하기를 권유하고 있는데...
네 소설이 모두 법을 다루는 인공지능을 등장시키고 있다. 때로는 유머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두려운 마음이 들게 한다. 과연 인공지능 판사가 등장한다면?
사건에 대한 판단을 자료(데이터)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여기에 '동기'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을까. 그러면 윤리가 없는 법 해석만 난무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 인공지능 판사에 대해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소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