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일이나 사건'이라고 되어 있다.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또는 합리와는 거리가 먼 일들을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는데,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하면 그러한 사건이 중심이 될 것이다.
이성과 합리와 거리가 먼 이야기로는 귀신이야기가 있다. 귀신 자체를 이성으로 설명하기는 좀 힘들지 않은가. 귀신을 믿는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렇지만 귀신이야기는 우리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인간의 삶이 이성과 합리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 오히려 설명할 수 없는 우연들이 우리들의 삶에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이 소설집은 이러한 '미스터리'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읽다가 끝부분에 가서야 전체적인 맥락이 꿰어지는 그런 구성을 지니고 있는데... 주로 귀신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귀신들이 사람을 해코지 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 봄'이란 소설을 읽다보면 엄마가 어째서 일 년에 한 번, 절로 아이들을 찾아올까? 왜 스님은 지장전에서 그들만 있게 할까? 이런 의문을 지니면서 읽게 된다. 거의 끝부분까지, 앞부분에 나온 복선을 머리 속에 담아두고 있지 않다면, 재혼한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그러다 소설의 막바지에 이르면 아니구나, 그것이 아니었어, 왜 그랬는지 정리가 된다. 그런 구조를 지닌 소설들이 이 작품집에 실린 소설들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교통사고, 의료비로 인한 가정 파탄, 불법 사채업, 투신 자살, 화재로 인한 사고사' 등이 소설의 제재로 등장하면서, 이들이 겪는 고통, 그리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작가는 귀신을 등장시킨다.
문제를 일으키는 귀신과 문제를 해결하는 귀신. 결국 귀신 역시 우리 삶을 이루고 있는 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들인데, 귀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을 등장시킴으로써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여기에 작가는 우리나라 고전 설화(삼국유사에 나오는 '비형랑' 이야기를 차용한 '비형도', 불로초를 찾아 왔다는 '서복 설화'를 차용한 '서모라의 밤'이 이에 해당하는 소설이고)나 유명한 소설 (황순원이 쓴 '소나기'를 차용한 '피, 소나기')을 차용해서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 소설집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들이 모두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어떤 반전이 있을까? 도대체 누가 귀신일까?를 추리하면서 읽는 재미를 준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으니, 미스터리 속에 사회 현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조선시대 임진왜란 직후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상사화당'이란 소설을 보면, 백성을 수탈하고 괴롭히는 권력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밀봉은 4년째 귀매혼으로 훈련도감의 포수들을 잡고 있었다. 아이 하나를 죽여 아이 열을 죽일 자들을 응징하는 것이다. ... 죄 없는 백성들이 포수들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나간다고 아무리 고해도 관과 임금은 모른 척했다. 활개는 왜놈들이 아니라 포수들과 관군들이 쳐댔다.'(212쪽)는 표현을 보라.
일본에 끌려간 백성들, 권력자들이 구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밀봉이 하는 행위가 정당할 수는 없다. 아무리 열 명의 아이를 구한다고 해도 죄 없는 한 명의 아이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정의로운 일일까? 이에 대한 토론이 필요할 것인데...
작가는 소설의 말미에 밀봉을 죽음으로 이끈다. 이는 동기가 좋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희생을 통해 이루려는 행위는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소설에서 희생당해 귀신이 된 아이는 자신이 잠시 지내던 옹기장이 할아버지의 손녀가 일본으로 끌려갔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첫 소원으로 일본으로 끌려간 아이가 고향으로 돌아오게 한다.
이는 백성의 원통함을 풀어주는 존재는 권력자들이 아니고 같은 처지에 있는 존재들임을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서모라의 밤'은 불로초를 찾아 떠난 서복이 제주도에 들렀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불로초가 중심이 아니다. 바로 중독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여행이라는 환상적인 장치를 이용하고 마약 떡볶이를 통해서 중독의 위험성을, 그리고 서복이 동남동녀들을 데리고 떠났다는 데서 현재 아이돌에 대한 열광과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미스터리한 내용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는 소설들인데... 짧은 단편들이지만 어떠한 반전이 일어날지 끝까지 호기심을 지니고 읽게 만들고 있다.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해서 으스스한 기분이 들게 하는, 마치 예전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들도 있지만,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그래서 원통함을 푸는 해원(解寃)의 매개자로 등장하는 귀신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오히려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한다. ('이중 선율'이라는 소설이 그렇다)
어떤 작품을 읽어도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