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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창문 너머 예술
  • 박소현
  • 16,200원 (10%900)
  • 2025-07-20
  • : 787

그냥 한 단어로 창(窓)이라고 하는 것과 여기에 다른 단어인 문(門)을 붙여 창문(窓門)이라고 하는 것은 주는 느낌이 다르다. 창이라고만 하면 그냥 바라본다는, 뚜렷한 경계가 있고, 이 경계로 안과 밖이 나뉘어 있는 듯한 느낌, 드나들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창문이라고 하면 문이라는 말 때문에 안과 밖의 경계를 나누지만 서로 드나들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꼭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지만.


창문으로 드나드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창문으로는 많은 것들이 드나든다. 이 책에 창문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 말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창의 영어 이름 'window'는 고대 스칸디나비아 말 'vindauga'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단어는 영어로 치면 'wind'와 'eye'의 합성어로, 바람의 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람의 눈이라, 꽤 시적인 감성이다. 집의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그곳을 통해 밖을 내다볼 수 있기에 창문이 집의 눈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여긴 것 같다'(25쪽)고 하고 있는데, 바람의 눈이라 저자의 말대로 시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말이다.


이렇게 창문은 밖을 안으로 들이는 역할을 한다. 또 안에 있는 존재를 밖을 보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문처럼 그곳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눈을 통해 세상을 보게 만든다. 


이런 역할을 하는 창을 예술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저자는 예술, 특히 그림에서 창문이 그려진 그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총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경계 위에 서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창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러한 경계에 서서 밖을 보고, 이 경계를 통해 밖의 존재들이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빛과 그림자라고 해도 역시 창을 중심으로 구분이 된다. 그렇게 경계를 이루는 것, 그것이 창문이다.


그런데 그냥 경계를 그어 서로 오도가도 못하게 하지 않는다. 창은 안과 밖을 연결시켜 준다. 몸은 안에 있지만 마음은 밖으로 나아간다. 이곳에서 저곳을 추구하는 존재. 경계에 선 존재들이다. 


2부는 '창문 너머 빛이 이끄는 대로'라는 제목이다. 이제 창문 너머를 꿈꾼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한 곳에 머물게 하지 않고 움직이게 한다. 그렇게 창문이 있는 그림은 우리 자신을 보게 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생각하도록 한다.


이곳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다른 세계도 있다고. 자, 이 그림들을 보라고... 그림 속 인물들. 창문 앞에 있지만 이들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이들이 보고 있는 세계를, 그림 속에는 비록 나타나 있지 않지만 우리는 상상을 통해서 그 세계를 본다. 그리고 그 세계를 통해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세상을 꿈꾼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나아간다.


3부는 '그렇게 활짝 열어 두었다'라고 한다. 창문은 열려 있을 때 바람을 안으로 들일 수 있다. 우리를 밖과 연결해준다. 밖을 직접 안으로 들이게 된다. 그리고 우리 역시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비록 몸이 창문을 통해서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의 마음이, 영혼이 창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창은 밖과 안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밖과 안의 경계를 보여주지만, 밖과 안이 연결되어 있음을, 이 세계에서 저 세계를 언뜻 보고 더 나아갈 마음을 먹게 하는 것이 창문이다. 이렇게 창문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한 권의 책을 썼다. 


많은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 책은 저자에게 또다른 창문 역할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창문 너머 예술]이라는 창문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하고, 우리 역시 이 책을 통해 저자 또 다른 예술, 그리고 세상과 연결되게 된다.


그림을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이 나를 또다른 나와 또 다른 존재들과 연결해준다고 할까. 


낯선 작가들을 많이 만나게 해준 책이기도 한데 예술 작품 감상에 대한 저자의 이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예술을 감상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그림에 빠져든 이유는~ 어떤 작품의 의미를 쫓아가면서 작가의 머릿속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들, 복잡한 감정들, 역사적인 맥락들, 그리고 숨겨진 비밀들을 발견하고 알아채는 그 과정이 꽤 흥분되고 보람찬 것이다.'(133쪽)


이렇게 그림은 저자에게 창문 역할을 했으니, 내게는 저자의 이 책이 그림을 보는 또 하나의 창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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