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이 중에 읽은 소설은 소설집의 제목이 된 '가만한 나날'이다. 2018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었는데...
가만한 나날이라는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가만하다'가 무슨 뜻이지? 가만 있어처럼 움직이지 않거나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뜻, 대책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고 쓸 때처럼 속수무책일 때, 또는 조용하고 은은하다는 의미도 있다고 하는데...
이 세 가지 뜻이 모두 소설에 들어있지 않은가. 사회에 갓 발을 들여놓았을 때, 자신이 하는 일을 깊게 살피기 보다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럴 때 바로 능동적이지 않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자기 자리를 잡기 위해서 상사들의 지시에 어떤 토를 달지 못하는 상태. 그렇다. 가부장제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위계를 따지는 문화가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니 직장에서도 자신의 말을 하지 못하고 남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기에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정말 가만히 있는 나날들이 연속되는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의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하지만 세 번째 의미는 좀 다르다.
조용하고 은은하다는 의미는 격정적인 순간을 넘어서서 이제 자신의 삶을 찾았다는 의미, 그래서 외부의 힘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쪽으로 해석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만한 나날이라는 말에서는 남에게 휘둘리는 삶에서 자신의 삶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만한 나날'에서 주인공은 자의든 타의든 그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되었고,(회사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해 떠났다고 하지만, 아마 그 회사가 계속 잘나갔더라도 주인공은 그만두었을 것이다) 그 회사에 다닌 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인물들이 이 소설집에 많이 등장한다. 함께 살고 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사람, 직장에서 만난 상사를 통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달은 사람 등등.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이가 모두 20대에서 30대 초반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제 사회에 갓 발을 들인 사람들이다. 이들이 겪는 일들을 통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지, 그 시작이 얼마나 힘든지를 소설의 인물들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소위 흙수저라고 하는 사람들.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그렇지만 녹록치 않은 사회. 그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지만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야기.
하여 그들의 삶이 평온하다는 의미를 지닌 가만한 나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하고, 그렇지 않은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