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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카메라를 보세요
  • 커트 보니것
  • 14,220원 (10%790)
  • 2019-12-26
  • : 577

역시 보니것이야! 읽기가 재미있다. 반전이 있으니, 섣불리 결말을 예상하지 않게 되기도 하고. 이 소설은 어떤 결말로 끝날까 궁금증을 지니고 읽어가면 어느새 놀라운 결말이 다가온다.


그렇다고 가볍지가 않다. 서술은 가벼운데, 들어있는 내용은 무겁다고 해야 한다. 무거운 내용을 가볍게 전달하는 능력, 보니것이 지닌 재주라고 해야겠다.


첫소설 '비밀돌이'를 보면 참... 지금 우리가 인공지능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러한 인공지능이 개발이 되어 인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이 소설을 읽다가 경기도교육청인가 어디선가 개발했다는 AI영상이 뉴스에 나온 적이 있다.


교사들이 지닌 속마음을 인공지능이 풀어준다는 발상인데, 그것이 교사를 비하하는 내용으로 흘러서 문제가 되었던... 즉 말에 드러난 속뜻을 해석해주는 영상이었는데ㅡ 그것이 상대에 대한 비하로 나타난다. 이 소설에서 그런 장면이 펼쳐지는데 참, 뉴스에서 봤던 내용을 보니것이 미리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 문제없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렇지 않고 안 좋은 면을 파헤치는 그런 기계. 그 기계로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데...


그런 기계를 만들어 일확천금을 꿈꾸는 인물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사람들을 망가뜨리는지 몸소 체험한 다음에 기계를 묻어버린다. 소설에서는 묻어버릴 수 있다. 또 보니것이 살았던 시대는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이니까, 상상 속에서 그러한 위험을 간파한 인간이 위험을 피하는 방식으로 결말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개발되면서 그것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지만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다. 소설에서처럼 묻어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로 보완할 수 있다고 믿고 더욱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소중하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개발한 기계가 오히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망칠 수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소설의 결말은 더욱 섬뜩하다. 땅에 묻어버리는 기계가 마지막으로 했다는 말.


"'다시 보자. 개자식아. 다시 보자고.'" ('비밀돌이'에서. 42쪽)


우린 이러한 비밀돌이를 다시 보고 있다. 인간에게 편리함과 빠름을 선물해준다는 이유로. 하긴, 이 비밀돌이처럼 '이야기할 사람!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사람!'('비밀돌이'에서. 25쪽)이 필요해서 만든 기계가 과연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해준다고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냥 우리 자신의 고민을, 어려움을 피하게만 해주는 것이 아닌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조그마한 어려움도 견디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보이는 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자세를 지니게 하는 것은 아닌지, 또 악용이 되어 안 쫗은 쪽의 말들만 계속 듣게 해서 우리의 인식을 흐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과연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고 기계를 만들어 곁에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 지금 우리는 기계와 대화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시간-공간에 대한 고민,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러한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할지 이 소설을 통해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개미 화석'이라는 소설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스탈린 시대의 소련을 비꼬고 있는 소설인데... 독재가 일어나고 있는 나라에서 예술을 하거나 또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 또는 비판적인 의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입을 틀어막히고, 행동에 제약을 받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개미학자를 주인공으로, 개미들의 화석을 통해 어떻게 독재가 성립하게 되는지, 또한 같은 사건(화석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지, 정권의 구미에 맞게 해석을 할 수 있음을, 그것에 반하는 증거 또는 추론을 하는 사람의 입을 어떻게 막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때는 소련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지금은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소련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이 꼭 소련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소설들, 많은 소설들이 실려 있는데, 짧고 경쾌하게 진행되지만 내용은 깊고 무겁다. 하여 소설을 읽으며 현대 우리의 생활을 살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 소설들과 더불어 두려움이 인간이 지니는 감정이고, 이 두려움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음을, 즉 두렵다고 마냥 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맞서 극복하려는 모습을 지녀야 함을 보여주는 소설도 있다.


'신문 배달 소년의 명예'와 '우주의 왕과 여왕'이라는 소설이 그런데, 두려움에 갇힌 사람은 결국 자신을 망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두렵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명예와 또 한 단계 성장하는 자신을 선물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이 두 소설의 결정판이 바로 '에드 루비 키 클럽'이란 소설이 아닐까 하는데, 두려움을 이겨내고 진실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 결국 승리하는 내용의 소설. 아무리 권력을 지니고 있어도, 사람들을 매수해도 결국 진실은 가릴 수 없음을 이 소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집 좋다. 재미있다. 그냥 읽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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