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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노년이란 무엇인가
  • 박홍규
  • 17,280원 (10%960)
  • 2025-10-02
  • : 1,215

'노인'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하면 부정적인 말과 긍정적인 말 중에 아마도 부정적인 말이 더 많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한때 유행했던 (지금도 많이 쓰이지만) '라떼는~'과 '꼰대'라는 말이 주로 노인들에게 해당하는 말 아니었던가. 노인이 지혜로운 사람이라기보다는 자기 고집을 피우는 사람, 과거에 매달린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도서관에 가길 꺼려한다고... 왜? 했더니, 대답이 도서관에 은퇴한 노인들이 많이 온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많이 오는데 그게 왜? 노인 특유의 냄새(향기라고 하면 긍정적인 의미로, 냄새라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왜 그런지, 한자는 좀더 고상하고, 한글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한 건지... 참. 이 책을 읽다보면 정약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시'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 그. 하지만 그 '조선시'가 바로 한자로 쓰는 시였으니...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가 난다는 것이다.


이런, 이 말을 듣고 소설에서 손주들이 할머니(할아버지)와 같은 방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할머니(할아버지)에게서는 냄새가 난다고 하는 장면이 있는 것을 떠올렸는데... 최근에 읽은 [멋진 실리콘 세계]에서 조시현이 쓴 '슈거 블룸'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할머니에게서 냄새난다고 싫어하던 손주들이 인공피부 이식을 한 할머니에게 냄새 좋다고 달라붙는 내용.


그러니 늙음은 멀어지는 것이다. 어린 사람, 젊은 사람들로부터. 이런 늙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런데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를 떠나 늙지 않을 수 있나? 하긴 많은 SF소설에서 늙지 않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지금도 노화방지 약품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으니, 머지 않은 미래에 늙지 않는 인간들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늙지 않는 인간, 단지 수명이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젊게 오래 사는 인류가 나오는 시대, 자연스럽게 고령화, 고령, 초고령 사회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이때는 젊게 오래 사니까, 고령 사회라는 말을 쓰지 않을지도... 젊으나 늙으나 비슷한 모습과 체력을 지니고 있다면 굳이...


늙지 않고 길어진 수명으로 인간이 이 지구에 산다면, 지구가 버틸까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면, 그것도 참... 그런데도 인간은 수명 연장을 넘어 노화 방지로 나아가고 있으니... 결국 인간에게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을 피하고자 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노년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생각. 죽음을 피하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노년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 노년에 대한 생각도 바뀔까? 그건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이 책은 이러한 '노년'에 대해서 살피고 있다. 동서고금의 사상가와 문학가들을 훑어가면서 그들이 늙음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정리해주고 있는데...


어떤 이는 늙음을 긍정으로, 어떤 이는 늙음을 부정으로 보고 표현했지만, 대체로 늙음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또한 저자가 주장하듯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노인들은 있는 사람들, 그야말로 삶을 누리고 노년에도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일반 백성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늙기도 전에 죽는 경우가 많았고, 늙어서는 더욱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그러니 사상가들이 늙음을 예찬하는 것은 더 잘 살필 필요가 있다고, 과연 그들의 말들이 대부분의 노인들에게 해당할 것인지, 아니면 특권층이 해당하는지를...


참 많은 자료를 살피고 알려주고 있는데, 저자가 왜 이런 일을 할까? 


'이 책은 늙은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처럼, 늙음에 대한 늙은이들의 철학적 담론들을 모아 나름대로 분석한 책입니다. 소위 '노익장'이라 뽐내는 늙은 권력자나 부자가 좋아할 만한 동서양의 고전이라고 평가받는 노인 철학은 비판하고, 대신 수많은 가난한 노인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노년의 철학과 예술을 사상의 차원에서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21쪽)


그래서 많은 사상가들과 문학가들이 나이들어 '노년'에 대해 쓴 글을 살피고 있는데, 그들의 늙음에 대한 찬양이나 또 대우 받는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권력층의 이야기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소수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대다수의 노년에게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저자는 답을 도연명, 정약용, 톨스토이, 헤밍웨이에게서 찾는 듯하다. 이들 역시 어쩌면 특권층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글을 통해 또 삶을 통해 보여준 '노인'의 모습을 참고할 수 있다고... 특히 그는 도연명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도연명은 나이 들어 농사지으며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유유자적하게 살았다고 하니, 이러한 노년이 바로 우리가 꿈꾸어야 할 노년이라고... 노인이 되었으니 이제 남의 눈치 볼 일 없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었다는 것. 정약용의 말도 그런데, 여기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노인 역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약간 다른 면이 있지만.


'정말이지, 내 간절한 소원은 노인들이 도시의 공원이나 지하철에 죽치고 앉아 있거나 폐지를 주워 판다고 짐차를 끌고 다니지 않고, 시골에서 농사짓고 책 읽으며 여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22쪽)고 하고 있으니, 이는 도연명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생활의 문제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생존을 위한 물질이 충족되어야 정신이 올바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노인은 노동에서 해방된 것이 아니라 노동에서 추방되었습니다.'(39쪽)고 하고 있다.


노동에서 추방된 노인들이 노동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시골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사회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만 한다. 의료, 문화, 경제가 해결될 수 있는 시골이 되어야 하는데... 저자가 답답함을 토로하듯이 의료가 이런 곳으로 가고 있나? 아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고.


노인들이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의료, 문화, 경제'의 문제라면, 노인들은 노동에서 해방되지 않고 추방되었기에 어디도 갈 수가 없어 도시를 떠돌게 된 것이다. 그러니 노인들에게 시골로 가라고 또 젊은이들에게 시골로 가라고 하기 전에 그곳이 생존이 해결되고 생활의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여 이 책은 노인에 대한 표현이 있는 많은 책들을 섭렵하여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에 대한 답은 부족하다. 누구도 쉽게 대답하기 힘든 문제겠지만.


저자만 해도 교수를 하다 정년퇴직을 하고 시골에서 살고 있다지만, 그렇게 살 수 있는 노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될까? 영화 '사람과 고기'를 보라. 그들이 일하기 싫어서, 노인이라고 그냥 뒤로 빠져 지원이나 받으면서 살고 싶어서 그렇게 지내는지...


(참고로 이 영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았겠지만, 관객수를 살펴보니 참... 노인 소외가 이렇게 영화에서도 나오나, 주인공들이 모두 노인이라서? 그건 아니겠지만)


이들 역시 치열하게 살고 있다. 치열한 삶이지만 더 나아가지 못한다. 그들에게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라고 하기 전에 농사지을 땅과 살 집, 그리고 몸을 보살필 의료 시절, 먹고 살 경제적 지원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인들은 시골로 갈 수가 없다. 그건 죽으러 가라는 말과 같으니까.


그 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었으면 좋았겠단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도연명의 글에 나타난 노년의 모습, 정약용이 쓴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 6수가 실려 있어, 그 시들을 읽으며 노년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좋았다.


어떤 내용인지 잠시 보면, '노인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 민둥머리여서 참으로 좋다는 것일세 (1수), 치아 없는 게 또한 그다음일세(2수), 눈 어두운 것 또한 그것일세(3수), 귀먹은 것이 또 그 다음일세(4수), 붓 가는 대로 미친 말을 마꾸 씀일세(5수), 때로 손들과 바둑 두는 일인데(6수)' (246-259쪽)로 시작하고 있다. 찾아 읽어보면 유쾌한 마음이 된다.


늙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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