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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남자들의 방
  • 황유나
  • 14,400원 (10%800)
  • 2022-02-04
  • : 1,120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상품으로 대하는 태도, 자신이 돈을 지불했으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 이것은 인권에 위배되는 생각과 행동이다.


사람은 상품이 아니다. 물론 자신의 노동력을 상픔으로 판매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노동자들도 자신을 상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독 사람을 상품으로 여기는 분야가 있다. 바로 유흥업소다. 요즘은 남녀 불문하고 상품으로 취급한다고 하지만 (호스트 바 같은 경우?), 그럼에도 여성은 더 상품처럼 대우받는다. 그래도 된다는 듯이. 


유흥업소를 찾는 대다수의 사람이 남성이고, 유흥업소에서 이들을 접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현실. 여기에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 법이다. 아직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즐기는 사람들이 남성이고, 그들을 즐겁게 해줘야 하는 사람들이 여성이라는 인식이 법에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 제1항'에 보면 '유흥종사자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유흥종사자가 '부녀자'로 법에 명시되어 있다. 여성이 유흥종사자란 말이다. 남성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우습지 않은가. 사람이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을 추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어찌 여성이어야만 하는지.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니 이도 문제지만 단순히 법을 넘어서 사회적인 인식이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가부장제가 오랫동안 지속된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한데... 물론 저자가 지적하듯이 '부녀자'를 '사람'으로 바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이 법에 나온 문구는 바뀌어야만 한다.


이 책은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그들을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한 상품으로 여기는 남성들의 모습, 그러한 모습을 '남자들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다루고 있다.


'남자의 방'이 아니라 복수형인 '남자들의 방'이라고 한 이유는, 어떤 특정한 남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구조적으로 '남자들'의 사고와 행동이 고착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래서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법 개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법은 빠져나갈 구멍이 늘 있기 마련이니까.


하여 남성 여성 구분없이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이 당연한 말이 쉽지 않음은 저자 역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기업의 접대비 손금계산에 유흥업소에서의 접대비를 불포함한다거나, 경찰이나 검사를 대상으로 한 유흥업소 접대는 성매매 유무와 상관없이 뇌물로 강도 높게 처벌하는 방법은 고려해볼 법하다'(219-220쪽)고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흥업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이러한 업종이 계속 살아남는 이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제도의 문제임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는 남자다움에 대해서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도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바로 '남자다움'이 '남자 되기'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없겠지만 -없어야하겠지만- 예전에는 남자들이 군대에 가기 전에 집단적으로 성매매를 하던 일들이 그런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어쩌면 남자들도 남자다움 또는 남자되기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책이 바로 [맨박스]란 책이었는데, 이 책과 연결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저자 역시 '남성 만들기는 타자로서의 여성 없이는 불가능하다'(52쪽)고 하고 있으니... 여성들을 타자화하고 그들을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한 수단, 상품으로 삼음으로써 만들어지는 남자 되기 또는 남자다움이란 바로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말한 내용에서 여성을 남성으로 바꾸어도 통하지 않을까 한다.


'사람은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여자가 되는 것이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 조홍식 옮김. 을유문화사. 1988년 중판.  326쪽 프랑스어 원문은 이렇다고 한다. “On ne naît pas femme: on le devient.”)


  다양한 종류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공통점은 이들이 남성의 즐거움을 위해서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 여기에 그들의 인권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고 상품으로 취급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일은 성별을 불문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남자들의 방 따위는 필요 없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방만이 필요할 뿐이다.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하여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종속적인 (성별) 권력관계와 이를 합리화하는 경제논리'(220쪽)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는 점에서 존중받아야 하고, 칸트의 말처럼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


하여 '유흥산업을 비롯한 성매매산업은 여성을 멸시하고 혐오하는 행위가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평범하게 여겨지는 특정한 장소이고, 그 특정한 장소가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린 게 한국 사회다.'(223쪽)는 말이 나올 수 없게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세상 아니겠는가. 


이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남자다움, 여자다움' 또는 '남자 되기, 여자 되기'가 아니라 '사람다움, 사람 되기'가 아닐까 한다. 


성별이 사람의 삶에 권력 관계로 들어서지 않도록 해야함을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계속 경험해 오지 않았던가. 


이 책은 이렇게 남성들의 유흥을 위해 상품이 된 여성들의 삶을 조망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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