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도담서림(道談書林)

  거창한 삶은 쉽게 드러나고 남들에게 칭송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삶은 남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다. 우리가 위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언가 남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 사람들 아니었는가.


  그 다른 모습이 그냥 다름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이 기록된다.


  그러나 기록된 삶만이 남에게 칭송받는 삶만이 가치 있는 삶일까? 아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말 중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남을 의식하는 삶이 아니라 또 남에게 잘 보이려, 칭송을 받으려 하는 삶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삶은 위대하지 않은가?


위대하다. 은유의 [아무튼, 인터뷰]를 읽다가 계속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말이 '그리 대단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그냥 사는 사람도 없다.'는 말이다.


그냥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들 중에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 역시 자신의 삶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대단한 사람이고 모두가 대단한 사람이라면 그리 대단한 사람은 없다고 해야 한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은유의 책을 읽고 문태준의 시집을 읽으면서 이 점에서 연결되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인데...


그런 연결을 해준 시가 '오솔길'이란 시다.


    오솔길


오솔길을 걸어가며 보았네

새로 돋아난 여린 잎사귀 사이로 고운 새소리가 불어오는 것을

오솔길을 걸어가며 보았네

햇살 아래 나뭇잎 그림자가 묵화를 친 것처럼 뚜렷하게 막 생겨나는 것을

오솔길을 걸어 끝에서 보았네

조그마한 샘이 있고 샘물이 두근거리며 계속 솟아나오는 것을

뒤섞이는 수풀 속에서도 이 오솔길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네


문태준,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 2018년. 1판 7쇄.  75쪽.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 눈에 잘 안 보이는 길. 넓지 않은 길.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않는 길. 그러니 이 길에는 온갖 생명들이 깃들어 있다. 그들을 품어주고 있다. 


이런 오솔길을 없앨 수 있을까?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냥 숲으로 덮어두자고, 또는 더 큰 길을 내 편리하게 하자고 할 수 있을까?


오솔길은 오솔길의 가치가 있다. 그것이 바로 오솔길이다. 우리의 삶을 어느 척도로 재서 대단하다, 대단하지 않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오솔길 역시 길이다. 존재하는 길.


가끔 산에 가다 이런 오솔길을 발견하면 기쁘다. 쉽게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한 기쁨이라고 할까. 이렇게 우리는 모든 삶에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행복 아닐까. 이러한 오솔길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시.


은유의 인터뷰에 나오는 사람들 역시 이러한 오솔길과 같은 사람들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책과 책을 연결해주고 삶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해주는 시. 그런 시인. 반갑고 고맙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