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적 배경은 외계 행성. 지구인으로 추정되지만, 읽다 보면 복제인간으로 밝혀지고. 자신의 행성이 아니라 복제인간을 무한 제조해 다른 행성을 침략하는 제국의 모습.
하지만 복제인간은 인간이 아닌가. 원본과 복제인간? 둘은 같은 존재인가, 다른 존재인가. 다른 존재라면 복제인간도 인간이니 존중받아야 하고, 같은 존재라면 같은 존재이기에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에서 복제인간은 본래 인간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게 말이 되나? 원래 인간의 기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고, 생체정보도 같은 존재인데, 그런 존재를 수단으로 삼는다고?
다른 나라 다른 행성을 침략하지 않아도 인간의 몸을 침략했다는 이유로 그것은 제국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제국주의를 거시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무한한 팽창을 위해 다른 존재들을 수단으로 삼는 행위, 이것이 제국주의 아닌가.
하여 외계 행성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지구에서 벌어졌던 제국주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다른 종족 - 사실 읽다 보면 다들 지구인들의 변종에 불과하다 - 과의 전쟁뿐만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복제와의 문제도 발생한다.
복제인간을 무한 증식하는 것, 이것 역시 제국주의임이 확실한데, 이를 소설에서는 '그녀'와 '녹색 옷'의 여자가 잘 보여준다. 이들 역시 복제인간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은 그들 자체로 독립된 존재이다.
독립된 존재로 사랑을 하고 또 살아가려고 하고 있으니, 하지만 제국은 이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복제인간을 여전히 수단으로, 도구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국주의를 쉽게 물리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제국주의에 굴복할 수도 없다. 저항, 이것이 바로 인간의 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결말은 그래서 여운을 길게 남긴다. 마지막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을 멈춘 것처럼 머리 속에 그려진다. 이러한 장면 때문인지 이 소설을 가지고 웹툰으로 재창작하면 좋겠단 엉뚱한 생각도 한다.
웹소설들을 웹툰으로 재창작하듯이, 이 소설, 웹툰으로 그려지면 환상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그러면서 장면 장면마다 갈등이 잘 나타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만큼 소설은 전투 장면이 많고, 또 박진감 넘치게 진행이 된다. 복제인간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기도 하고, 팽창만을 추구하는 제국주의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또한 작가의 말을 통해 우리 역사에서 '나선 정벌'이라는 외국에 나가 전쟁을, 대리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을 한 때를 떠올려도 되는데, 소설에서 포로들이 하얀 외계인과 전쟁을 하러 가서 싸우는 장면에서 청나라의 요청으로 러시아 군대와 싸웠던 조선인들을 생각하게도 된다.
힘이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뜻이 아니라 제국의 뜻에 의해 전쟁터로 끌려가 희생당하는 모습. 그런 점을 '그녀'를 비롯한 사람들이 제국의 포로로 전쟁에 동원되는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고, 또한 전쟁이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는지를, 전쟁터에 보내지만 치마를 입혀 보낸다는 설정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쟁은 제국주의의 기본 모습이며, 전쟁으로 인해 여성들이 성적으로 학대당하는 모습이 빈번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굳이 역사적 사건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사실 작가의 말에 '나선 정벌' 이야기가 없으면, 이 소설은 외계에서 벌어지는 자신들이 복제인간임을 모르는 복제인간들과 외계 다른 종족의 전쟁으로 읽게 된다 - 흥미로운 소설이다.
'그녀'가 첨단 무기들이 있는 시대에 칼을 지니고 다니고, 그 칼을 끝까지 간직하고자 하는 것은, 칼이 바로 자신의 과거, 자신이 살아온 경험들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칼을 지니고 있는 한 '그녀'는 복제인간이건 아니건 독립적인 개인으로서의 '그녀'인 것이다.
이러한 독립적인 '그녀'는 자유인으로 살아가야 하고, 단지 생명의 유지를 위해 자유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바로 자유인으로서의 그녀가 선택한 삶이다. 이러한 삶에 제국주의는 들어설 자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