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라는 말은 전통 종교와는 다른 신앙 체계를 보유한 종파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한때는 어떤 가수나 텔레비전쇼의 열성 팬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가, 찰스 맨슨 사건을 겪은 이후 '파괴적 컬트'라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는데, 이는 타인이나 자신에게 해악과 살해를 체계적으로 자행하는 집단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19쪽)
한 마디로 말하면 누군가를 맹신해서 그 사람의 말을 전적으로 따르는데, 그 사람조차도 자신의 신념에 대한 회의 없이 맹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맹신이 여러 사람을 죽음으로 이끌게 되었는데, 이를 통칭해서 '컬트'라고 한다.
다른 나라, 아주 오랜 예전 이야기 같지만, 아니다. 세계 최강대국이자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기독교의 나라인 미국에서 이러한 컬트 집단이 많이 발생했다 사라졌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도 컬트 집단이 있었다고 하니, 컬트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것도 특정 개인이 여러 사람을 이러한 길로 이끄는데, 이 책은 그러한 컬트 집단들에 대한 이야기다. 읽으면 섬뜩하다. 이렇게 사람들을 호도하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데... 살해는 기본이고 집단 자살로 몰아가기도 하니...
예전 우리나라 오대양 사건도 '컬트'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컬트에 관련되는 사람이 다양해서, 특정한 성향의 사람들만 컬트에 빠져든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사회에서 엘리트 집단에 속하는 사람도 있고, 부유한 경제력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들조차도 컬트에 빠지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를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것, 현란한 말솜씨, 그리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서 자신에게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 계속 되는 사상의 주입으로 그것만이 옳다고 여기게 만드는 사고 개조, 그리고 성적인 억압 등등.
참 다양한 컬트 사례가 나와 있는데, 컬트를 주도한 사람들의 성향은 대략 이해가 되지만, 이들에게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되었을까? 그 점을 알고 싶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이 책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다만, 컬트가 어떻게 해서 세력을 얻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말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사건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과거 컬트 사건을 아는 데는 도움이 된다.
이러한 컬트를 주도한 사람들은 대략 세 가지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를 심리학자들이 성격 특성의 '어두운 3요소'라고 한다고 한다. 그것은 사이코패스성, 즉 후회의 결여와 악성 자기도취증, 즉 가학적 과대망상, 그리고 마키아벨리즘, 즉 자기 이익을 위한 타인 착취(78쪽)라고 하는데...
문제는 이들이 이런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남들을 끌어들이고 착취한다고 하지만,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어떤가다. 이들 홀로 컬트를 만들고 운영할 수는 없는데, 이 책을 보아도 2인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컬트 지도자의 권위를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데, 역시 자기 이익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봐야 할까? 아니면 마음으로부터 컬트 지도자의 사상을 따랐기 때문일까? 그들 중에는 여전히 컬트 지도자를 추종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이쯤되면 맹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사고 개조를 당했다고 봐야 하나, 컬트 추종자들도 마찬가지다. 무언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그 틈을 파고들어온 컬트 지도자에게 자신을 의탁하게 된다. 그리고 무언가 이상하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도 있고, 한번 빠져든 컬트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여전히 컬트 집단에 속한 사람들로부터 회유 및 협박을 지속적으로 받는다는 것, 어쩌면 그런 점이 두려워서 그냥 컬트 집단에 속한 사람들, 자의가 아니라 어쩔 수 없다고 그냥 있었던 사람들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행동할 수 있는 힘을 빼앗긴 사람들.
그런 사람들... 그렇지만 문제는 이들의 행적이 범죄라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고, 성 착취를 하고, 그리고 경제적 착취까지...
결국 컬트에서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는 것은 사회다. 사회에서 컬트와 컬트 아닌 집단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으로 다양한 집단을 판단해야 한다. 아니,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주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 속에서는 더 볼 수 있는 것이 없고, 비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컬트는 그래서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폐쇄적인 집단에 대해서는 좀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컬트와 컬트가 아닌 집단을 구분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컬트에 빠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컬트로부터의 해악을 방지할 수 있다. 남의 일, 옛날 일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세심하게, 비판적인 눈을 지니고 살펴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을 읽은 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