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도담서림(道談書林)

  '받아치기'


  먼저 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치기 위해 들어오는 상대에게 펀치를 날리는 일. 


  한 방에 역전하기. 또는 극적인 역적을 바라는 행위일 수도 있다. 당하고만 있을 수 없기에 온 힘을 실은 펀치를 날리는 일.


  적중해야만 한다. 적중하지 않는 순간, 그 다음 나는 상대의 펀치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여 카운터펀치는 힘과 속도, 그리고 정확성이 필요하다. 공격해야 할 때와 방어할 때를 아는 것. 공격해야 할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민첩성, 폭발력. 


삶에서 카운터펀치를 날릴 만큼 위기에 처하지 않아야 하는데, 어디 삶이 뜻대로 되던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공격하는 수많은 것들. 그것들이 나를 툭툭 건드리고 톡톡 치고 때로는 세게 때려 나를 휘청거리게 하지 않던가.


금속도 피로가 쌓이면 깨지게 되는데, 삶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렇다면 더이상 깨질 정도까지 당하지 않도록 카운터펀치를 날려야 한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삶에서 누구나 이런 카운터펀치 한 방쯤은 지니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무력하게 당하다 쓰러지기보다는 한 방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삶을 파고들어 나를 점점 줄어들게 만들고 있는 시대에, 나는 내 삶을 위해 한 방을 지녀야 한다.


다만, 그 카운터펀치는 길게 자주 써서는 안 된다. 길면 카운터펀치가 아니라 단순한 공격이고, 자주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 한 방. 아주 짧게. 순간적으로 강한 타격. 그리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카운터펀치 아니겠는가.


김명철 시집을 읽으며, 도대체 제목이 된 시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찾는 것 그만두기로 했다. 그것 역시 시인이 지닌 카운터펀치일 테니.


그러면서 우리가 카운터펀치를 날려야 할 때를 이 시를 읽으면서 찾아야 한다고... 카운터펀치는 기회를 엿보다 날리는 단 한 방이니까. 그렇게 내 삶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들 중 쫓아내야 할 것에 날릴 수 있는 카운터펀치. 하나쯤 지니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틈


몸과 마음을 단단히 여며도

당신은 아무도 모르게 습격당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전면적이어서

낮과 밤 뼈와 살을 구분하지 않는다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는 은행알과

육삼빌딩과 모난 돌과 핸들 꺾인 세발자전거와

지표를 뚫고 올라오는 지하철 탄 사내가 여자가 당신을 습격해온다


빈틈없는 생활

방심하지 않는다 해도

어느 틈엔가 당신에게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틈은

서서히 세력을 확장해나가고 당신은

저항하다 마침내 붙들리고 만다


그 틈으로 당신의 절반이 슬금슬금 빠져나간다

당신은 마지막 일전을 치를 수도 투항할 수도 없다

틈은 처음에 은밀하게 찾아와서 그러나 나중에는

당신을 완벽하게 장악한다


김명철, 짧게, 카운터펀치. 창비. 2010년. 112-113쪽.


나를 완전하게 장악하기 전에 치를 수 있는 마지막 일전, 그것이 바로 카운터펀치 아니겠는가. 그러한 기회를 놓치면 '완벽하게 장악당'할 수밖에 없다.


방심하지 않아도 나를 파고드는 틈. 그러한 틈을 인식하려고 해야 한다. 내가 다 빠져나가기 전에. 적어도 그 전에 카운터펀치 한 방은 날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경기에 이기지는 못해도 종료 소리와 함께 골을 넣는 버저비터와 같이, 그렇게 내가 내뻗은 카운터펀치로 내 삶의 주체가 되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버저비터'-60, 61쪽- 참조. 시인의 시에서는 버저비터는 성공하지 못하고 말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본다. 시도조차 하지 못하면 더 힘든 삶이 될 테니.


그래서 나는 내게 언제든 뻗을 수 있는 한 방, 카운터펀치를 간직하는 삶을 살고 싶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