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11시. 헌재 선고가 있기 전에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윤석열 대통령(이후 직위 생략)의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조국이라는 생각에.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될 때 민정수석으로 검증을 담당했던 사람이 조국이고, 조국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이 되자 가장 반대를 하고 조국에 관한 수사를 한 사람이 윤석열이니, 둘은 상극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자신들도 상극인 줄 몰랐으리라. 검찰 개혁이라는 대의 앞에서 한 편에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윤석열이 검찰 개혁을 하겠다고 한 것이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검찰총장이 되기 위한 임기응변이었는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고, 적어도 조국은 그렇게 믿었을 테니.
(윤 총장에 대해 당시 집권세력 전체가 기만당했고 그 결과 오판을 했다-41쪽 => 이 말은 좀더 생각해 봐야 한다. 당시에도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하니...집권세력 전체는 아니고, 당시 검찰개혁을 추진에 매진하던 집권세력이라 하는 편이 좋을 듯. 왜냐하면 윤석열은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면접 때 이야기했다고 하니, 검찰개혁에 다른 것들이 잘 보이지 않았을 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둘이 '법'에 대해 지니고 있는 생각이 반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조국은 이 책 전반에 걸쳐서 '법의 지배 rule of law'를 말하고, 그것이 법치주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윤석열은 '법을 이용한 지배 rule by law'(67쪽)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의 지배는 법을 고정불변의 것으로 놓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 시대에 따라서 법은 변해야 한다. 그리고 법을 변하게 하는 사람은 법조인이 아니라 그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판결을 통해서 법조인이 법을 시대에 맞게 적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시대를 읽고 사람을 이해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법조인의 법 적용은 달라지니, 법을 바꾸는 존재는 시민들이라고 해야 한다. 즉 시민들을 위한 법인 것이다.
반대로 법을 이용한 지배에서 법은 고정불변의 것이다. 법은 어떤 형태로든 지켜져야 할 것이다. 문구 그대로... 아니, 문구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조인의 선고대로. 따라서 법을 이용한 지배에는 약자를 고려하는 일은 없다. 오히려 법을 알고 집행할 수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800원을 횡령했다고 해고된 운전기사의 이야기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것이 법을 이용한 지배다. 이런 법을 이용한 지배에서 수천억 원을 횡령한 사람들이 처벌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마찬가지로 같은 법조인들(법조인들을 판사, 검사, 변호사로 나누면, 이들이 모두 같은 대우를 받지는 않는다. 자신과 같은 일을 하던 사람들, 판사-판사, 검사-검사, 변호사-변호사가 서로를 같은 법조인들이라고 여긴다고 정리하자)에게도 법은 무한정 관대하다.
조국은 그러한 법의 적용에 반대한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을 이용한 지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그들은 이 책에 나온 법가의 '상앙'의 예를 자신들에게도 적용해야 하리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지닌다.
조국은 이 책에서 자신의 그간 행적을 통렬히 반성하고 있다. 자신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할 수 있었음에도 또는 해야만 했음에도 하지 못했던 일들로 인해 자신을 비롯해 우리 사회가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렇다. 조국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록 지금은 영어의 몸이 되었지만, 그가 적절히 견제하지 못한 '법을 이용한 지배'를 하고자 하는 자들로 인해 교도소에 갇힌 몸이 되었으니, 어느 정도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할 수 있겠지만...
조국이 책임을 지는 것은 교도소에서 나온 다음에 어떻게 실천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한 많은 개혁들, 정책 방향들을 이제 '조국혁신당'을 통해서, 그 당을 통해서 다른 당들과 연합해,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 아직은 그가 교도소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조국혁신당'은 건재하니, 그 당을 통해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믿는다.
왜냐하면 이 책의 맺음말에서 루쉰의 말을 빌려 '등에 화살이 박히고 발에는 사슬이 채워진 몸이라 날지도 뛰지도 못하지만, 기어서라도 앞으로 가려고 한다'(325쪽)고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조국의 결심이겠지. 그가 이 책을 쓴 것은 2014년이다. 그 책의 전면 개정판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 이후의 일들도 이 책에 나온다. '법'을 통해서 자신의 신념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해야 할 일, 그가 어떻게든 앞으로 가려고 한다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우리 역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고.
헌재 선고를 앞두고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윤석열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 그가 말하는 '법의 지배'와 '법을 이용한 지배'가 어떤 쪽으로 갈지 판가름 나는 날.
우리 사회는 다시 '법을 이용한 지배'를 허용할 것인지, 이제 다시는 그런 '법을 이용한 지배'는 용납될 수 없음을 보여줄지, 그리고 디케가 눈물을 흘리지 않게 만들지 눈 부릅뜨고 지켜보기 위해서...
그 전에 이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그 후에 읽어도 좋겠단 생각을 한다. 그가 또 우리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
덧글
내가 읽은 책은 2023년 판인데, 이 글을 쓸 때 알라딘 상품 검색에서 찾을 수가 없다. 내용이 아마 달라지진 않았으리라. 혹 추가된 내용이 있더라도 큰 의미는 없으리라 생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