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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
  • 비비언 고닉
  • 24,300원 (10%1,350)
  • 2024-11-11
  • : 3,365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미국에 공산당이 있었다고?"


매카시즘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미국에도 공산당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매카시즘이 바로 미국 사회에 속해 있는 공산주의자들과 그 동조자들을 미국 사회에서 축출하고자 벌인 사상투쟁이었으니.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미국에 공산당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알 필요도 없다. 사실 공산당은 존재한다고 해도 미미한 영향력만 행사할 뿐이기 때문에... 사회당조차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미국에서 공산당이라니...


그럼에도 미국에 공산당이 있었고, 그들이 힘을 발휘하던 때도 있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공산당이 거의 소멸되다시피 한 사건은 매카시즘이 아니라 흐루쇼프가 폭록한 스탈린 시대의 참상들이라고 한다. (12쪽)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미국에서 공산당 활동을 했던 공산주의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지금 그들은 또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제목이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다.  작은 제목으로는 '사로잡힌 영혼들의 이야기'라고 되어 있고. 즉 한때 공산주의 사상에 빠져 활동을 열심히 했던, 그것도 미국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물론 과거형이다. 이 책은 1970년대에 쓰여졌다고 한다. 최근에 다시 발간되기는 했지만...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 공산주의는 사라졌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공산주의 활동을 열심히 했던 사람들의 후일담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공산주의 활동을 하다가 반공주의자가 된 사람도 있고, 자본가의 삶을 사는 사람도, 여전히 공산주의 사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분포를 보이지만 확실한 것은 미국에서 공산주의는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사상이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그때 활동했던 기억들을 모두 다르게 기억하고, 그런 기억들을 모아 책으로 펴낸 이 책은 현재에 유용하기보다는 과거를 회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과거 회상에 도움이 된다고? 단지, 그것때문에 책을 쓸까? 아니다. 과거 회상에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현재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즉 한때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사람들, 당이라는 조직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작은 차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차이로 알고 서로를 배척하던 사람들. 그런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들을 읽으면 지금-여기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페미니즘 활동을 하던 때에, 페미니즘 운동 진영에서 벌어진 차이들을 마치 적으로 여기는 듯한 모습들을 발견하면서 저자는 1930-1960년대의 공산주의자들을 생각한다. 그들이 걸어온 길에서 지금 걸어갈 길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마치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 책이 먼저 나왔지만 읽는 순서는 상관이 없다.


소련이 붕괴된 다음에 소련에 속했던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 이 책에는 수많은 소련 사람들(물론 지금은 독립한 나라들 사람도 속한다. 한때는 소련인이었지만, 이제는 각자 자기 나라의 국민이 된 사람들. 이 사람들이 소련 때를 회상하고, 또 소련이 붕괴된 직후의 사회를 회상하고 있는데, 비비안 고닉이 쓴 이 책은 1970년대에 미국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미국 공산당 활동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다른 것은 몰라도 이들은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았다는 것. 여기에 개인과 조직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고 있으니, 과연 개인을 누르는 조직이 존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조직이 우선이고, 조직에 개인이 종속되면, 언젠가는 조직이 붕괴될 수밖에 없음을, 이 책에 나오는 미국 공산주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여전히 우리는 '공산주의'하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으로 취급한다. 공산주의자와 마르크스주의자, 사회주의자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종북좌파라는 말로 뭉뚱그려 하나로 취급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것이 얼마나 편협한 사고인지 알 수 있게 되겠지만... 한 조직에 속한 개인들도 각자의 개성이 있음을, 자신들 나름대로의 삶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어떤 한 흐름 속에 개인들을 집어넣으려고만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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