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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극단주의
  • J. M. 버거
  • 17,100원 (10%950)
  • 2024-09-25
  • : 729

'극단주의'를 간단하게 정의하면 그야말로 극단주의가 된다. 극단이라는 것은 복잡한 무엇을 제거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한두 가지만 남기고, 그것으로 자신이 하는 행동의 근거로 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남은 그 무엇으로 다른 것들을 배제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그 무엇을 공고하게 만드는 것들만 받아들이는 것. 아마도 과학기술이 첨단으로 갈수록 극단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릴지도 모른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쏟아지는 현대사회에서 극단주의라니? 스마트폰으로 어떤 것이든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는데 어떻게 극단주의가? 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극단주의는 더욱 쉽게 다가올 수도 있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의 구미에 맞는 정보 아닌가. 그리고 그러한 정보를 알고리즘을 통해서 계속 보내주고 있지 않은가. 자신이 찾지 않아도 내 정서에 맞는 정보가 계속 나를 찾아오고 있는 상태에서, 굳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정보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 내 신념은 더욱 굳어지고, 다른 신념은 잘못된 것으로 치부되게 된다. 이런 것들이 안정된 사회라면 걸러지고 토론이 되며 발현이 안 될 수도 있는데, 불확실성이 사회에 대두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행위가 강해지게 된다. 남을 밀어내고 나를 강화하는 것들만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극단으로 가게 된다. 즉 다른 복잡한 것들을 덜어내고, 자신에게 맞는 것만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극단주의로 가는 길이 된다.


하지만 극단주의를 간단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워낙 다양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저자의 정의를 따르면 '내집단의 성공이나 생존이 외집단을 겨냥한 적대 행위의 요구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신념'(165쪽)이다.


즉 극단주의는 자신의 반대 편에 다른 집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집단이 자신의 집단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위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다른 집단을 없애야 한다고 여기는 신념, 이것이 극단주의를 이루고 있는 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신념에는 불안정성, 불확실성이 존재하게 되는데... 자신의 현재,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극단주의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이렇게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 사회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극단주의에 빠지지 않았는가?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 사회는 지금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가 없다. 


또한 양극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이미 극단주의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이 등장했다고도 할 수 있다. 맹목적으로 자기 주장만을 하는, 이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확고하게 할 수 있는 것들만 증거로 모은다. 그리고 그 증거들로 자신들의 이론을 정교하게 한다.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나중 문제다. 음모론에 쉽게 빠진다고 저자가 주장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 역시 음모론이 나돌고 있지 않은가.


또한 이들은 다른 집단을 포용하지 않는다. 다른 집단을 포용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무조건 배척한다. 그들은 무조건 잘못되었다. 그들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음모론을 분쇄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집단이 있다.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하는 온갖 인터넷방송들이 있다. 


백가쟁명의 시대가 아니라,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들만 취사선택해서 들어도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남들 주장에 귀를 기울일 시간도 없다.


극단주의는 이럴 때 발호한다. 그리고 한번 나타난 극단주의는 사라지게 하기가 매우 힘들다. 극단주의가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가 안정되어야 한다.


미래가 예측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내 생각을 돌아볼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지녀야 한다. 남을 포용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지니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경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경제를 해결하는 것은 경제만으로 안 된다. 정치가 개입되어야 한다.


정치가 손을 놓으면 경제에서 예측이 힘들어지고, 그렇게 되면 불확실성에 빠져 극단주의가 들어올 틈이 생기게 된다. 이 극단주의가 한번 들어오면 너무도 거세게 들어와 틈은 더욱 갈라지고 집단과 집단에 벽이 생기게 된다. 그 다음은? 생각하기 싫다.


이 책은 이러한 극단주의를 정의하려고 한 책이다. 물론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극단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극단주의의 작동 방식을 안다면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도 찾을 수 있겠지. 


그것은 우선적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누구나 다 알고 있겠다 여기고 말은 하지 않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극단주의라 할 수 있는 집단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 우리 사회와 연관지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더 많은 생각을 해야하기는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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