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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매니페스토 Manifesto
  • 김달영 외
  • 13,500원 (10%750)
  • 2023-04-03
  • : 339

챗지피티. 이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사람들은 거부하지 못하리라. 왜냐? 편리하니까. 그런데 이 편리함이 우리의 불편함을 없애준다는 장점을 넘어,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불편함을 참지 못한다는 말을 조금 바꾸면 길게 생각하기를 싫어한다는 뜻이 될 테니, 생각을 하지 않음은 그냥 빠르게 빠르게 주어진 대로 결정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주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편리함이 과연 우리를 좋은 쪽으로만 이끌어갈까? 그 점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모든 정보가 한 곳에 집중이 되고, 언제든지 돈만 내면 그런 정보를 받아보고, 그것도 내가 검색하지 않고 몇 명령어만 치면 컴퓨터가 검색해서 알려주는 시대에, 그 정보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하지? 판단도 인공지능에 맡기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여기에 인공지능이 대부분 영어로 작동이 된다면? 지금도 사라지고 있는 언어들이 많은데, 몇 언어만 남고 나머지 언어들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챗지피티도 영어로 명령어를 칠 때 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정보를 잘 정리해 주고 있다는데, 이 책에서도 작가들이 챗지피티와 소설 작업을 하면서 영어로 명령어를 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발전은 언어의 다양성도 파괴하는 것이 아닐까?


영어로 많은 자료가 집적되어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영어에 지지 않기 위해 한글로 된 자료도 많이 집적하자고 주장하기는 좀 그렇고... 참, 여러 생각이 드는 책이다. 아니 소설이다. 


이 소설에 인공지능이 많이 등장하고, 그것들이 지닌 한계와 성과가 은연 중에 드러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챗지피티를 이용해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새롭기는 하지만, 이렇게 쓰인 소설이 과연 감동을 주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아직은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수필을 읽는다는 느낌. 그냥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고만 있을 뿐, 소설이 주는 인물들 간의 갈등이나 반전 등은 그리 새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작가가 여러 번 수정을 하기도 했지만, 이 책의 기본 방침은 챗지피티가 쓴 내용을 작가가 완전히 바꾸지는 않는다였을 테니.


소설을 읽으면서 그냥 무난하다는,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긴장감 같은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는 아직 한글로 된 자료가 많이 집적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영어로 쓴 것을 다시 번역기를 통해 한글로 번역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나온 소설들이 다 집적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들을 단순히 짜깁기한 것이 소설은 아닐테니...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아직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챗지피티가 더 많은 소설들을 집적해서 명령어만 입력하면 한 편의 소설이 나온다고 한다면 작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챗지피티에게 어떤 명령을 내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그것에 그치는가? 그러면 작가는 누구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방향인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챗지피티를 이용해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이런 작업이 보편화되면 시간을 두고 생각하고 고치는 과정이 명령어를 입력하는 과정으로 대체되고, 그러한 명령어 입력이 나름대로 고심의 시간을 갖게는 하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구상하고 쓰고 고치는 과정을 거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짧은 시간일 것이다.


빠르고 짧은 시간에 완성품을 내놓는 것. 그런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될 수많은 일들을 압축해서 경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감정이입을 하면서, 때로는 공감을 하면서 곱씹고 곱씹어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챗지피티와 협업을 통해 소설을 쓴다는 발상, 그러한 작업을 책으로 내었다는 데서 이 책은 의미가 있는데, 인간이 홀로 할 수 있는 일을 인공지능과 함께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삐딱한 생각도 한다.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이러한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우리가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가가 합의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어뿐만이 아니라 인간적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정의가 바뀔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점에서 이 소설집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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