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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 14,400원 (10%800)
  • 2022-02-28
  • : 18,677

'엄마가 죽었다.' 


뜻하지 않게. 너무 일찍.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엄마와 갓 화해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느끼는 상실감을 말로 할 수 있을까?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듣자마자 미셸은 엄마에게 달려간다. 자신이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그동안 엄마가 자신의 일생에 사사건건 간섭했다고, 엄마에게서 벗어나야 한다고, 반항도 하면서 엄마의 기대에 어긋난 행동도 하면서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려 했던 미셸에게 엄마의 암은 충격이었다.


이제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 엄마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의 차원에서 다가온다. 자신의 모든 것이 얼마나 엄마에게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엄마가 예전처럼 해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깨닫게 된다.


할 수 있는 일. 엄마 곁에 있는 일. 엄마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하는 일. 잊혔던 한국의 감성을 살리려 하지만 미셸은 미국인이지 한국인이 아니다. 아니, 사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셸은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니다. 


엄마와 이별하기 전 미셸은 미국인이 되지 못하는 자신을 힘들어했다.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신 다음에는? 이제는 한국인이 되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까워지기 시작한다.


엄마의 상실 속에서 미셸은 자기만의 애도 시간을 갖는다. 충분한 애도 시간이 없으면 상실의 아픔을 견딜 수가 없다. 


먼저 미셸은 회피하려고 한다. 엄마의 상실에서 다른 일로 관심을 돌리려 아빠와 함께 베트남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베트남 여행이 치유를 해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상실의 아픔을 외면한다고 해서 마음 속에 아픔이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이 미셸의 꿈 속에서 엄마가 항상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엄마를 잃는 꿈으로 나타난다. 미셸은 상심 속에서 지내며 심리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치유가 되지 않는다. 상실의 아픔은 충분한 애도를 통해서 치유될 수밖에 없다.


하여 미셸은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엄마와 관련 있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우리 식으로 하면 유튜브를 보면서 음식 만들기를 따라하는 것. 잣죽부터 김치까지... 그러면서 차츰 미셸은 자신이 치유되어감을 느끼게 된다.


엄마 상실의 아픔을 담은 곡들을 쓰고 앨범을 내기도 하는데, 이 앨범이 나중에 유명해져서 미셸을 한국에서 공연까지 하게 한다.


이렇게 미셸은 자신의 인생에서 거의 전부였던 (엄마의 말에 따르면 항상 상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말고 10%정도는 남겨두어야 한다고 했다고 하니, 엄마 역시 미셸에게 10%정도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를 잃고 엄마와의 일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인생을 찾아간다.


극심한 상실의 고통, 그러나 그 고통을 이겨나가면서 자신의 세계를 갖춰가는 미셸의 모습이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무엇보다도 엄마와 딸이 겪는 갈등과 이해,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깨달아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읽으면서 마음에 커다란 울림이 생기는데, 상실의 아픔을 회피가 아니라 직접 대면하면서, 공통의 경험을 다시 체험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가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게 된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살아가는 미셸이 엄마의 죽음 이전의 미셸이었다면, 이제는 한국인으로도 미국인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미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엄마에 대한 충분한 애도. 그런 애도의 마음이 절절하게 드러나 있기에 이런 경험은 우리 모두가 한번은 겪어야 하기에, 미셸을 통해서 미리 경험한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감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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