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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암스테르담
  • 이언 매큐언
  • 8,820원 (10%490)
  • 2008-01-12
  • : 884

제목이 왜 '암스테르담'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전개다. 도대체 암스테르담은 언제 나오는 거야? 그러다 끝부분에 가면 아, 이래서 제목이 암스테르담이구나 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장소가 암스테르담이다. 그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남에 의해서.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파국을 향해 달리면서도 그것이 자신들이 파멸로 가는 길임을 알지 못한다.


그냥 자신들의 일에 취해 있을 뿐이다. 즉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자신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뛰어난 사람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가는데, 자신들의 그러한 허상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제대로 보인다. 오로지 자신들이 보지 못할 뿐이다.


한 여인의 죽음으로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드러난다. 죽은 여인의 숨겨진 애인들 셋과 그 여인의 법적 남편.


이들이 맺고 있는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할까. 자신의 허상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역시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죽은 여인인 몰리의 애인이기도 한 정치인을(가머니) 파멸시키려는 편집국장 바먼과 위대한 음악가라고 착각하고 사는(사실은 어느 정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과연 그의 음악적 재능이 현실과 동떨어져서 발휘될까 하는 점은 소설을 읽어가면서 그가 현실 세계와 부딪히는 장면에서 재능이 허상이고 환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클라이브, 그리고 외무장관까지 올라간 정치인 가머니가 그들이다.


가머니의 성적 취향이 드러나면서 이들의 관계를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왜 가머니의 성적 취향이 문제가 될까? 그의 성적 취향과 정치적 활동은 별개의 것이 되어야 하는데도 버넌은 그러한 관점을 취하지 못한다. 그는 성적 취향이 다른 사람이 정치인으로서 훌륭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자신의 신문을 통해 폭로하려 한다. 


물론 신문 발행부수를 올리려는 목적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몰리의 애인이라는 점에서 질투심도 작동하고... 그렇다면 그가 정치인은 공인이라고 생각하고,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은 사생활에서도 책임이 있다고 여긴다면, 자신이 그러한 가십거리를 기사로 내보내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것이 그가 파멸하게 되는 이유다.


클라이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악상을 위해 다른 사람이 희생되는 것을 무시하려고 한다.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은 세속적인 문제와 동떨어져 있다는 발상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 그의 그러한 점을 경찰서에서 범인을 지목하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버넌과 클라이브는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게 되면서 죽음을 이끌어내게 된다. 마찬가지로 가머니 역시 사퇴하게 되고...


그런데 소설을 읽다보면 이것이 몰리의 남편인 조지의 음모가 작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부인을 사랑했던 사람들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 그들의 허상이 현실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제공한 사진이 세 사람을 모두 파멸로 이끌게 되니, 결국 승자는 조지다. 이렇게 소설은 처음에 친구들의 이야기로 시작하다가 그 관계가 얼마나 위선적인지, 또 겉으로는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상대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모습이 드러난다.


겉으로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런 관계가 위기 상황이 되자 적나라하게 드러나게된다. 이것이 바로 소설이 보여주는 점이다. 위선으로 만들어진 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음을...


결말까지 가야 작중 인물들의 모습과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 전까지는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힘든데, 후반부로 갈수록 소설의 윤곽이 잡히면서 더욱 흥미로워진다. 


그러면서 과연 내가 추구하는 삶, 내가 맺고 있는 관계는 어떤지 생각해 보게 된다. 허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형식적인 관계로 남들과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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