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비 C'est La Vie'라는 말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라고 할 수 있는 말. 어려울 때나 뜻한 대로 안 되거나 할 때 또는 뜻밖의 일이 생겼을 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디선가 들어서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 있던 말이었는데....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말 속에 있는 이것들은 너무도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인생이란 새옹지마라는 말과 같을 수도 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말고 살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말이기도 하고.
인생이 명료하기만 하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마는, 우리네 인생은 명료할 수가 없고, 부연 안개 속을 헤매듯,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걱정도 많이 한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 인생을 만들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예측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하는 것이 인생. 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는 하루하루가 다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알 수가 없다.
이 소설에 나타난 삶이 바로 그렇다.
레이먼드 카버. 문지혁의 [중급 한국어]를 읽다가 작품 속에 나온 작가였다. 그 작가가 쓴 작품은 커녕 작가의 이름도 처음 들어봤으니...
한 소설에서 다른 소설로 넘어갈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는 소설을 만났으니, 기꺼이 다리를 건너가 보자 하는 생각.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을 몇 권 빌리다. 무엇부터 읽을까? 모를 때는 발표 순으로 읽는 것을 택한다.
작가의 첫작품집이라고 알려진 [제발 조용히 좀 해요]를 읽는다. 단편들이 모여있다. 길지가 않다. 해설에 보면 레이먼드 카버가 체호프를 좋아하고 존경했다고 하는데, 그런 단편들을 썼다고 할 수 있다.
읽다 보니 단편 소설들 제목을 소설 속 대화나 내용에서 따온 경우가 제법 있다. 소설집의 제목이 된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역시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참 인생이란 별것 아닌 것으로도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들이 많다. 또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도 있고.
'제리와 몰리와 샘'이라는 소설을 보면 개때문에 삶이 방해받는다고 여기는 사람이 개를 버리고 오자, 개를 잃어버린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개를 찾으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어떻게든 개를 찾아 데라고 와야 하는데, 결말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렇듯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수십 번 바뀌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임을, '제발 조용히 좀 해요'에서도 몇 년 전에 일어났던 일로 아내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지만, 그런 배신감이 불쑥 나눈 말들에서 나오고, 그렇다고 또 자신의 행동이 그러한 배신감을 복수하는 쪽으로만 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낚시를 갔다온 소년이 부모를 모두 경악시키는 장면이라든지, 자신들은 선의를 베푼다고 여기지만 그것이 상대에게는 아닌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 소설들이 실려 있다.
결국 이 소설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무엇이라고 딱 정의할 수 없다는 것. 고정되지 않고 변한다는 것. 꼭 큰 것만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에서도 인생의 중대한 전환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이 작품집에 실린 소설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그런 인생들의 모습, 레이먼드 카버는 이 소설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