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해석해주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은 꿈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심리학 책이 아니라, 뇌를 분석하여 꿈의 작동방식을 밝혀내려 한 뇌과학 책이라고 해야 한다.
이 책을 읽다가 그동안 한번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발견하고는 반갑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왜 인간이나 동물에게 잠이 필요할까? 또 꿈에는 어떤 진화적 요소가 있을까 하는... 진화는 살아가는데 적응하도록 변화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잠 역시 인간에게 꼭 필요한 요소였기에, 지금도 8시간 정도는 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리라.
잠이 인간의 생존에 중요한 요소였을 테고,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이 책에 나온 이 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뇌는 깨어 있는 동안에는 주변 상황에 집중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저장해두었다가, 잠이 들면 정보를 검토하고 수정하고 그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한다.
깨어 있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데 2시간이 걸린다면, 뇌가 새로운 정보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아내는 데는 1시간이 걸린다. 이 1시간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되고, 깨어 있는 동안의 사고와 행동 스위치를 내리는 정상적인 하향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이것이 바로 진화가 수면에 할당한 중요한 임무다. (93쪽)
잠은 다양한 형태의 기억을 강화한다. (95쪽)
이 말에 따르면 진화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그것도 좋은 쪽으로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잠이야 그렇다쳐도 그렇다면 꿈은 어떤가? 왜 잘 때 꿈을 꾸는가? 꿈을 전혀 꾸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확인하기 힘들다. 그런 사람을 예외로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꿈을 꾼다.
자신이 꾼 꿈을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꾼 꿈 중에 대부분은 잊고 말지만, 그래도 꿈은 꾼다. 그렇다면 꿈은 어떤 역할을 할까?
꿈은 기억을 그대로 재생하지 않는다. 꿈은 최근 기억과 요점이 같고 제목이 비슷한 내러티브를 창조한다. 이는 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기억 진화가 꿈과 어떻게 비슷한지 우리가 발견한 첫 번째 사례이다. (97쪽)
이 말에 의하면 꿈은 우리의 기억을 재생한다. 기억을 재생하는 이유는 자신의 행동을 반추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우리가 잠들기 직전에 고민하고 있었던 내용을 꿈으로 발현시키기도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아주 작은 연관성이 있는 것들이 렘수면 단계에서 꿈으로 발현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우리 뇌에 쌓여 있던 것들이 꿈을 통해서 발현이 되고, 그것들이 우리들 삶을 건강한 쪽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꿈의 기능이 과거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며, 우리 삶에서 '다음에 next up'(저자들은 이 말을 자신들의 꿈 이론인 넥스트 업과 관련지어 말하고 있다.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자기들 주장의 강조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이들이 말하는 꿈이론은 '넥스트업'이론이라고 하는데, 이는 Network Exploration To Understand Possibilities의 약자다.) 무엇이 올지 발견하게 하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동안 뇌가 하는 일이다.'(341쪽)고 하고 있다.
즉 꿈은 우리에게 과거를 살피게 하고, 그것을 통해서 미래를 잘 살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 다양한 사례들을, 과학적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가령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같은 경우는 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것을 이런 식으로 도표화하고 있는데...
이런 결과를 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렘수면에 들게 하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렘수면에 들면 정상적인 꿈을 통해서 상처에 대한 기억을 약화시켜서 그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프라조신(Prazosin)'이라는 약품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사례만 보아도 꿈은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이 책은 꿈에 대해서 의학적, 과학적 접근을 하고 있다. 예지몽이나 텔레파시와 같은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는 접근법을 택하고 있기도 하고.
결국 꿈은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것이라고, 우리가 더 잘 생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고, 그래서 꿈은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들은 이 책의 말미에 자신들의 주장을 한 장으로 정리해 놓았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넥스트업이 밝힌 꿈의 작동 방식
I. 꿈은 수면의존적 기억 진화의 독특한 형태로, 예측하지 못했고 보통 이전에는 탐색하지 않았던 연관성을 발견하고 강화하면서 기존 정보에서 새로운 지식을 추출한다.
A. 이를 위해 꿈은 깨어 있는 동안에는 보통 뇌가 고려하지 않을 연관성을 탐색한다. 꿈은 뇌가 잠재적으로 미래에 유용할 것으로 계산한 새롭고 창조적이며 통찰력 있는 연관성을 찾고, 이런 연관성 발견되면 강화한다.
B. 뇌속 노르아드레날린이 감소(N2단계 수면)하거나 사라지면 (렘수면) 약한 연관성을 찾는 과정이 쉬워진다.
C. 꿈은 지속되는 근심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꿈꾸는 사람이 이 근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근심과 가능한 해결책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D. 꿈은 보통 지속되는 근심에 대한 명확한 관련성이나 유용성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꿈은 오히려 뇌가 이런 근심이나 비슷한 근심을 해결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계산한, 이전에는 예측하지 못한 연관성을 식별한다.
E. 세로토닌이 감소(N2단계)하거나 사라지면(렘수면) 뇌는 꿈의 연관성을 의미 있고 유용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편으로 기운다.
II. 깨어 있는 동안의 모든 경험과 사건이 동등하게 통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A. 꿈을 꿀 때 뇌는 감정적으로 두드러지는 지속되는 근심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B. 선택된 근심은 해결되지 않은 질문을 포함한다. 뇌는 이에 대해 미래에 유용할 답변을 계산한다.
C. 이런 근심이 심각한 문제일 필요는 없다. 전날 무심코 들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나 다음 날 버스가 몇 시에 출발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간단한 것일 수도 있다.
D. 넥스트업은 실제 사건이 일어날 때나 몽상 중일 때, 백일몽 또는 수면 시작 때 근심을 인식하고 꿈처리를 위해 꼬리표를 붙인다.
E. 수면 시작(N1 단계 수면), N2 단계 수면 및 렘수면 꿈은 다양한 근심과 연관성을 통합한다.
1. 입면기(N1단계 수면) 꿈은 수면 시작 직전에 생각한 근심과 명백하게 관련되는 경향이 있다.
2. N2단계 꿈은덜 명백하지만 최근 일어난 일화적 기억에서 발견되는 연관성을 통합하는 경항이 있다.
3. 렘수면꿈은 현재의 근심과의 관계가 휠씬덜 분명한더 오래되고 약한 의미적 연관성을 통합한다.
III. 꿈의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하는지가 꿈의 본질을 규정한다.
A. 꿈은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낮에 기억할 때처럼 재생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B. 꿈은 일화적 기억과 의미 기억의 단편을 모두 모은다.
C. 일화적 기억은 그대로 꿈에 통합되지 않으며, 현재의 근심이 꿈에 직접적으로 언급되거나 통합 되는 일은 드물다.
IV.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꿈을 의식적으로 경험해야 한다.
A. 가능한 시나리오를 탐색할 내러티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꿈 경험이 필요하다.
B. 이런 시나리오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감정적 느낌을 생성해야 한다.
C. 이를 통해 뇌는 꿈꾸는 사람의 마음이 꿈속에 묘사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추적하고, 그 다음 꿈꾸는 사람의 반응이 꿈속 인물이나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한다.
V. 넥스트업의 결과
A. 꿈꾸는 동안 세로토닌 수치가 감소하면 뇌는 약한 연관성을 유용할 뿐 아니라 의미 있는 것으로 분류하는 쪽으로 치우친다. 꿈이 그토록 자주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B. 뇌가 꿈에 끼워 넣는 연관성은 보통 약하고 이전에 탐색되지 않은 것이어서, 현재의 근심과의 연관성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그런 연관성이 식별될 수 있어도 뒤얽힌 내러티브에 깊이 묻혀 있거나 꿈에서 흔히 드러나는 기괴함 때문에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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