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뇨라는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읽고 흥미를 지니게 되었는데, [부적]을 읽으면서 이 작가 소설 더 읽어도 좋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볼라뇨에 대한 글을 묶어 놓은 책이 있다고 해서 구입하게 되었는데, 구입할 때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터무니 없이 책값이 싸다는 생각만 했다. 가격에 대해서 더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그의 작품을 읽은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책 뒷표지에 있는 가격을 다시 보니, 어라 가격이 이상하다. 이렇게 1원 단위에서 가격에 책정되는 경우가 있던가. 보통 100원 단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요즘은 1000원 단위에서 가격을 결정하던데... 책값이 2,666원이라니...
처음엔 이 가격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볼라뇨 소설을 읽지 않았으니까. 그가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작품이 [2666]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 [2666]이었으니, 이제는 모를 수가 없다. 볼라뇨를 기념해서 가격도 2,666원으로 정했다는 사실을.
방대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번역도 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직 읽지 않은 사람으로서 볼라뇨 작품 세계에 대해서 무어라 말하기는 그렇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을 다 읽지는 않아도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볼라뇨라는 작가가 만만한 작가는 아님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 작품만이 아니라 볼라뇨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 여기에 우리나라 사람들 글도 실려 있다. 긴 글들이 아니라 볼라뇨에 관한 짧은 글들이지만 이 글들에서 볼라뇨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가 시도 썼다는 사실, 그리고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데 '인프라레알리스모(내장 사실주의)'라는 경향에 대해서 알아둘 필요도 있다. 리얼리즘을 넘어서 밑바닥 생활의 모습이나 거리의 언어 등을 날것 그대로 작품에 담겠다는 의도로 쓰인 용어라고 한다.
이렇게 볼라뇨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려주는 글들이 많다. 그의 생애를 간략하게 엿볼 수도 있고, 그의 작품 세계를 훑을 수도 있으며, 그에 대한 평가, 또 그가 당대 문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글들도 실려 있다.
볼라뇨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책값이 정말 말도 안되게 싸지 않은가. 그의 작품 제목이 [2666]인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 뿐이다.
이 책을 토대로 볼라뇨의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