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혼란의 시기가 언제일까 생각해 보면
단연코 사춘기 시절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체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정신적인 변화를
아직은 미성숙한 한 생명이 인격체로 진화하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성인이 되었을 때
인생을 살아가는 기본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경험하는 당사자도 혼란의 도가니이겠지만
그걸 직면하는 부모 또한 굉장한 혼란과 고뇌의 시기일 것이다.
내 품 안에서 나의 보살핌을 받던 아이가
어느 순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이러다가 우리 사이가 큰일이 날 것 같고
부모인 내가 이 시기를 잘 받아줘야
내 사랑하는 아이가 바른 어른으로 성장할 것만 같은
무거운 책임감마저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스갯소리로
엄마의 갱년기와 딸의 사춘기가 같이 오면
엄마 갱년기가 이긴다.
라던가
딸인 너는 갱년기 안 겪어봤지만
엄마는 사춘기 겪어봤으니
엄마가 한 수 위다.
이런 말들로 아이의 사춘기가
좀 수월하게 지나가길 염원하지만
사실 그 속에 담긴 마음은 모두
내 사랑하는 아이가 그저
덜 힘들게 신체적, 정서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잘 적응해 주길
바라는 마음뿐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의 삐딱한 행동과 말이 거슬리고
말다툼을 하던 어느 날,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 딱인 책을 발견하게 된 나는
눈이 반짝이는 걸 느꼈다.
[사춘기 딸에게 힘이 되어주는 부모의 말 공부]
육아의 과정은 참 멀고도 험한데
모든 시간들 어느 하나 허투루 보낼 수도 없고
그 과정들이 모두 아이에게 크든 작든 영향을 주니
부모의 고뇌와 공부는 끝이 없다.
정말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접했다.
육아서뿐만 아니라
육아, 심리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론적으로는 대충 알게 되었다.
아이의 사춘기는 부모에게서 독립하기 위한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부모 또한 조금씩 아이와 이별할 준비를 해야 하는 거라고..
하지만, 막상 아이가 사춘기의 나이에 접어드니
그전과는 다른 아이의 말투, 눈빛, 행동에 여간 당황스럽고 때때로 화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책의 내용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눠있다.
1부는 사춘기의 특징과 사춘기를 잘 보내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 원칙,
2부는 일곱 가지의 장으로 나누어 실질적으로 사춘기 아이와 겪는 상황에 따른 말과 대처 방법이 나와 있다.
아이의 상황에 맞게 바로 찾아서 볼 수 있던 점이 유용했다.
사춘기 아이들의 특징
자아중심성
감성적
충동적
비논리적
감정 조절 능력 약화
기억력 저하
장기 계획성과 문제 해결 능력의 약화
결과 예측 불가
인정 욕구 강화
나열된 특징을 보기만 해도 답답해진다.
만일 성인이 이런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해도 정말 답답할 노릇인데
아이들은 인격이 형성되고 있는 과정이니
이런 특징들의 표출 형태가 더 종잡을 수 없고
이걸 겪는 아이들이 안쓰러울 정도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이런 혼란스러운 시간을 겪으면서
형성되고 자리 잡힐 4가지 힘에 대해 얘기해 주고 있는데
바로 아래의 내용들이다.
아기 때는 부모가 아이의 신체적인 성장을 도왔다면
사춘기 시간 동안에는 스스로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성인이 될
정서적인 성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 주도성, 자기 조절력,
자기 효능감, 회복탄력성
이 네 가지 힘을 떠올려보면
몸은 성인으로 성장을 하여도
외부적으로 혹은 내부적으로 문제를 가진 많은 어른들이
저런 힘이 부족해서 문제가 표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예민하고 격렬한 사춘기 딸과 대화 스킬의 원칙이 있다.
읽다 보니 어느 정도 비위를 맞춰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모든 원칙을 매 순간 내가 다 적용하여
딸에게 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나와 딸 모두 이 시기를 건강히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 봐야겠다.
2부는 공부습관, 일상 습관, 부모와의 관계.. 등등의 상황에 따라
아이들이 하는 말, 그 속에 숨겨진 딸의 속마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부모가 드는 생각,
대화를 통해 아이가 갖게 될 힘을 제시함으로써
어찌 보면 쟤 왜 저래? 또 삐딱선 이네..라고 생각할 말들도
내 딸이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힘을 가지려고 하는 말이구나
이해가 조금은 되었다.
물론 나도 초보 엄마이고 사람인지라
100% 너그럽게 순한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이론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클 것이라 생각된다.
상황들을 읽다 보니
내가 딸에게 자주 들었던 말도 있고 그 말을 듣고 생각하고 대응했던 말도 있어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찔리기도 했지만
그에 반해 아직 내가 한 번도 맞닥뜨리지 않는 상황과 말들도 있어
초6인 큰딸도 곧 저런 말을 나에게 할까 두렵기도, 걱정되기도 하면서
아직 저런 말을 하지 않은 게 사춘기를 잘 지내고 있다는 건지
저런 말조차도 나에게 숨기고 있지는 않는 걸까
온갖 감정이 들었다.
아이가 엄마의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엄마도 힘이 들지만 아이 역시 사력을 다해 나오는 거라고 한다.
사춘기 시기 또한 아이는 최선을 다해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시행착오와 통증을 겪을 것이다.
엄마인 나는 그런 아이를 믿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딸아이뿐 아니라 나 또한
더 괜찮은 부모로 성장할 것이다.
사춘기 딸이 힘겨운 부모가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 이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 네이버 카페에서 진행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만을 증정 받아 읽고
가감 없이 주관적이고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