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장자를 만났다.
하도 오래 전 일이라 정확한 제목이 기억나지는 않는데,
'장자'는 아니었던 것은 확실하다.
두께도 지금 이 책보다는 훨씬 얇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완역본이 아닌 발췌문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는 입시 스트레스에 한창 시달릴 무렵이었다.
대학 입시에 실패하면 남은 인생 모두가 망할 것이라는
생각을 주위로부터 주입받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장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연신 머리를 망치를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주위 친구들 모두가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고 있었는데,
책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오래 가지 못한다는 메세지를 전했다.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이었지만,
나에게는 이 책이 힐링 도서였다.
그 책을 다 읽고 나서 도가 사상에 관심이 생겨
도덕경을 찾아 읽어보았다.
그런데 그 책은 아마도 고전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어서 그런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몇 장 넘겨보지도 못 하고 포기했다.
이십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장자를 다시 만났다.
우리말로 술술 읽히게 만든 번역이어서 좋았다.
동양고전에 깊이 있는 조예를 가진 분들이야 원문까지 함께 읽는 것을 좋아하겠지만,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무엇보다 글이 잘 읽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동양고전은 딱딱하고 어렵고 한자가 난무할 것이라는 편견을 지워주었다.
저자 분이 역주서도 조만간 출간할 것이라고 하니
다음에는 그 책에도 도전을 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