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오랜 세월을 인류와 함께 했다. 돌과 함께 인류의 가장 오래된 도구 중 하나이다. 함께한 시간이 긴 만큼 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이 책은 나무에 대해 단순히 식물학적으로 접근하던 기존의 나무 책들과 다르게 나무와 관계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 데 엮었다. ‘과’별로 분류된 나무들을 특징을 설명하는 각 장에는 나무의 이름이 만들어진 유래, 관련된 설화, 그림, 나무를 이용한 도구들 등의 사진과 함께 인간이 그 나무와 함께 지내온 역사가 담겨 있다.
이 책에는 많은 나무들이 백과사전식으로 등장한다. 1,10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이지만, 워낙 많은 나무들을 다루다보니 하나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5~7쪽 정도에 불과하다. 또 이 책에 있는 나무들이 전 세계의 모든 나무를 아우르지는 않는다. 대부분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이다. 따라서 나무에 대한 식물학적 백과사전을 기대했다면 실망할게 될 것이다.
하지만 책 제목 처럼 이 책은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나무의 역사’라기보다는 ‘인간이 나무를 이해하고 활용해 온 역사’이다. 그래서 나무 자체보다는 그 배경에 대한 설명과 이야기에 더 주목해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나무는 대부분 우리 조상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며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했던 것들이다. 어떤 이는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렸고, 구황식물로 이용하기도 했으며 약용으로 쓰기도 했다. 목질의 단단함에 따라 쟁반이라 밥상으로 만들기도 했고, 장롱으로 만들기도 했다.
공대생이 아니라서 그런지 나무의 식물학적 계통, 이름의 유래, 학명에 대한 부분이 너무 길지 않아서 좋았다. 중간 중간 나무와 관련 그림들, 사물들의 사진이 있어 책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나무에 얽힌 설화와 민간에서의 쓰임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좋았다.
이 한권의 책으로 나무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찬찬히 읽다보면 나무에 대한 관심이 솔솔 생겨난다. 목차에 얽매이지 않고 내게 친숙한 나무부터 읽어나간다면 나무와 인간의 역사에 대한 이 책에 푹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