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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다시, 출마 할까요?"  대통령의 마지막 퇴근길을 유투브(실시간)로 배웅했다. 5월 중순 초입이었다. 다음 날 취임식 참석하고 서울역을 떠나며(배웅), 양산통도사역(울산)에 도착하여(마중) 시민들에게 감사하는 대통령의 모습도 지켰다, 우리 정치사에서 흔한 풍경은 아니었기에. 그런 대통령 말씀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었다. '덕분에'다. 국민 여러분 덕분에..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때문에'와 '덕분에'가 흔재되어 있지 않다(모든 연설문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자리에 ''때문에'를 쓰는 정치인들 무지 많다.  알만한 방송인들도, 구분 못하는지, 안 하는지, 그런 발언을 무심코 한다.  '덕분에'는 감사의 언어다. '때문에' 감사하다는 것도 불가하지는 않으나, 어색하다. 그리고 모든 '때문에'의 자리에 '덕분에'를 쓸 수는 없다(이와 관련된, 국어 의미론  논문이 있을 것이다). 다만 '사랑하기 때문에'처럼 '사랑'과 '때문에'가 만나는 지점은 '덕분에 '보다는 '때문에'가 더 세련된 느낌이다. 웃게 하고 울게도 하는 사랑, 사랑이란 늘 그렇다. 당신이라고 '때문에' 힘든 일 없었을까, '문재인의 위로'로 치고'문재인을 위로'로 읽는다.  

 


299. 아버지와 딸들

어떤 사람에게 딸이 둘 있었는데, 한 명은 원예사에게, 다른 한 명은 도공에게 시집보냈다. 얼마 뒤 그는 원예사의 아내가 된 딸을 찾아가 어떻게 지내며 하는 일은 어떠냐고 물었다. 그녀가 말하기를, 모든 것이 그녀 뜻대로 되어가고 있지만 신들에게 한 가지 간청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채소가 목마르지 않도록 날씨가 궂어 비가 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 뒤 곧 그는 도공의 아내가 된 딸을 찾아가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말하기를, 다른 것은 부족한 것이 없지만 한 가지 소원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도자기가 마르도록 날씨가 계속 청명하고 해가 비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딸에게 말했다. “너는 좋은 날씨를 바라고 네 언니는 궂은 날씨를 바라니 나는 너희 둘 중 누구와 기도해야 하니?”

'동시에 두 가지 상반된 일에 손대면 둘 다 놓친다.'  부동산? 서울의 집값? 이솝 대변인의 공식 메시지다. '옛날에'로 시작되는 우리 이야기에도  우산 장수 아들과 짚신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가 걱정하고 있다.  짚신 장수 아들이 소금 장수로 등장하기도 한다. 제목을 정하라면 <어머니와 아들들>쯤 되겠다.  비 오는 날에는 짚신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 해가 뜨는 날에는 우산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어머니. 아흔이 훌쩍 넘은 어머니가 일흔에 이른 아들에게 차조심하라 걱정하시는 마음, 그것이 어머니 마음이니 걱정하는 어머니가 어머니답다. 걱정하는 마음은 곧 기다리는 마음이다.  

 

늦은 밤 편의점 가는 길에, 인동초 네 그루 하늘로 오르는 화분에 물을 주었다(사진은 4월 어느 날이다, 지금은 밤이라). 돌아오는 길, 이슬비가 내린다. 봄가뭄이 심하다. 주기적으로 물을 주지 않으면 잎이 시들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혀가 탄다. 꼭 햇볕이 쨍쨍할 때 발견하니 속상한다. 해가 뜨기 전이나 해질 무렵이라야 하는데, 때가 안 맞는 것. 어쨌든 모처럼 제 시간에 물을 주고 돌아오는 데 비가 오시다니.. 나로서는 감사다.  하느님과 동업하는 농부들을 위해서도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솝 우화의 아버지는 지금 어떤 생각이실까? 

오늘은 비가 오네,  큰아들 우산이 좀 팔리겠어,  녀석 재미 좀 보겠는걸. 오늘은 덥구나, 소금은 영업 시간 있어 매출 좀 올리겠는걸. 그래도 아픈 손가락이 먼저라, 걱정 앞서지만 '덕분에'로 받아들이면 세상이 달리 보이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로 치명상을 입은 소상공인들에 보상금이 지급되고 있단다. 코로나19 '때문에 ' 피해를 본 업체가 대다수이지만 코로나19 '덕분에' 매출이 오른 업종도 있다. 선별 지급이 어떻고 퍼주기는 안 된다, 등등 이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겠지만,  애매한 업종, 애매한 상태라면 지급하는 쪽이었으면.. 다만, '덕분에' 바쁘게 뛰어야 했던 택배 노동자 등 그들에게,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 있다.  


056. 숯장수와 세탁소 주인

어떤 집에서 장사를 하던 숯장수가 이웃에 세탁소 주인이 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숯장수는 그에게 가서 자기와 함께 살자면서, 그렇게 되면 그들은 더 친해지고 한집에 사는 만큼 생활비도 더 적게 들 것이라고 했다. 세탁소 주인이 대답했다. “그것은 나로서는 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오. 내가 하얗게 만들어놓은 것들을 당신이 검댕으로 까맣게 만들 테니 말이오.”(출처: 위와 같음)


'서로 다른 건 그것이 무엇이든 맞지 않다'는 메시지다. '무엇이든'이 아프다. 하는 일이 서로 달라 '때문에' 두 사람은부부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다면 잘 살았을 것 같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 아니까,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 조심조심, 존중하면서 살지 않았을까? 너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다름 인정하지 않을 때, 조화로울 것처럼 보이는 부부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난다. 숯장사의 고정 거래처, 그 고객들이 세탁소의 고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매출이 더 늘 수도 있다. 숯을 취급하는 사람은 숯장사만이 아니다. 숯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좋은 관계는 시작된다.  

첫째의 파라솔 아래서 둘째가 소금을 팔 수도 있지 않나. 


때문: 명사나 대명사, 어미 ‘-기’, ‘-은’, ‘-는’, ‘-던’ 뒤에 쓰여, 앞에 오는 말이 뒤에 오는 일의 까닭이나 원인임을 나타내는 말.


덕분(德分): 주로 ‘~에’, ‘~(으)로’, ‘~이다’의 꼴로 쓰여,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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